입시 교육에 목매는 상류사회를 풍자한 제이티비시(JTBC) 인기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갑작스러운 교훈적 결말로 끝을 맺으면서 시청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갑자기 분위기가 청춘드라마가 됐다” “작가가 잠시 납치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지난 1일 방영된 스카이캐슬 마지막 회에서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며 새 삶을 시작한 강예서(김혜윤 분)와 의사 가운을 벗은 ‘예서 아빠’ 강준상(정준호 분), 강예서의 서울의대 진학에 더는 목숨 걸지 않게 된 ‘예서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른 스카이캐슬 거주인들 또한 자녀의 성적 향상에만 매달리던 지난날을 반성했고, 김혜나(김보라 분)을 죽인 죄로 교도소에 들어간 김주영(김서형 분)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이웃의 죽음에 눈 감던 인물들이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고 개과천선하면서 드라마가 마무리된 셈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결말과 같다며 에스앤에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사진. ‘제목학원’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처럼 스카이캐슬이 예상치 못한 교훈적인 내용으로 종영하자 파국에 가까운 결말을 점치던 시청자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2일 에스앤에스에는 “전래동화 같은 전개에 당황스럽다”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나버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청춘드라마가 됐다” “스카이캐슬이 갑자기 이비에스(EBS)캐슬이 되어버렸다” “스카이캐슬 갑분도덕교과서” 등과 같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온순한 말이나 고통을 가볍게 묻어버리는 웃음, 화해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고 있다”(@mya***)는 지적도 나왔다.
스릴러와 ‘막장’을 넘나들던 이전까지의 맥락과는 영 딴판인 평화로운 전개에, 마지막 회 대본을 종교인이 첨삭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결말을 써야 할 작가가 잠시 납치된 것 같다는 때아닌 ‘작가 납치설’도 돌고 있다. 스카이캐슬 애청자들은 지난 1일 최종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김혜나를 죽인 진범이 새롭게 나타나는 등의 파격적 결말을 직접 짜는 등 ‘스카이캐슬다운’ 충격적인 마무리를 기대한 바 있다.
직장인 김준경(25)씨는 “차라리 주인공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갈라서는 결말이 지금까지의 스카이캐슬 내용과 어울린다”며 “예상 밖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 속이 상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교실에서 학생들이 종이를 집어 던지는 장면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안 보려고 했다”며 “혹시나 반전이 있을까 기대하고 끝까지 봤는데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지수(27)씨는 “나는 스카이캐슬을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시청해온 애청자였다”며 “전개가 빠르고 파격적이라 재밌었는데 마지막 회에 어울리지 않는 행복한 결말을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아무개(25)씨도 “반전이 있을 거라는 말이 무성해 기대하고 봤는데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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