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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고법원장 김창보…‘법원장 추천’ 실험도 파격 없었다

등록 2019-01-28 21:08수정 2019-01-28 21:35

김명수 대법, 새 법원장·고법 부장 임명
사법농단 항소심 맡을 서울고법
‘행정처 차장’ 출신에 법원장 맡겨
법원행정처 차장엔 김인겸 임명

법원장 추천제 ‘반쪽 성과’
대구지법원장엔 ‘추천자’ 손봉기
의정부지법엔 추천자 수용 안해

사법농단 연루 의혹 법관들
윤성원, 불이익 없이 자리 이동
이민걸·임성근은 인사에서 빠져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결정 직후인 지난 24일 아침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결정 직후인 지난 24일 아침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뒤 두번째로 법원장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법관 인사를 단행했다. 불과 나흘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탓에 이번 인사에서 김 대법원장이 얼마나 파격적인 인사 틀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선 “개혁보다는 안정에 치우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를 보여줄 ‘법원장 후보 추천제’ 결과를 두고는 대법원장 권한 분산 의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파격 없는 인사
김 대법원장은 서울고등법원장에 김창보(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임명했다. 법원장 임기(2년) 내에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고위법관들의 ‘항소심’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김 신임 서울고법원장은 2017년 4월 양 전 대법원장에 의해 행정처 차장에 임명된 뒤, 세차례에 걸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자체조사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 자체 개혁 추진 및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대응할 법원행정처 진용도 새로 꾸렸다. 대법원은 이번 인사를 통해 “행정처의 재판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진 행정처의 기획조정 업무는 축소하고, 사법지원 기능을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큰 점수는 못 받고 있다. 주요 보직자 대부분이 과거 행정처 주요 보직을 거친 ‘사법관료’ 출신이다. 국회 사법개혁 논의 실무 등을 맡을 새 법원행정처 차장에는 김인겸(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기획조정실장에는 홍동기(22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재판 지원을 맡을 사법지원실장에는 최수환(20기) 광주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안팎의 비판에도 법원조직법 개정 내부 의견을 다시 수렴하겠다며 개최한 ‘끝장토론’의 사회를 봤다.

반쪽 성과 법원장 추천제
“법원장 인사에 수평적·민주적 요소를 도입하겠다”며 대구지법과 의정부지법에서 시범실시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판사들이 관할 법원장 후보를 직접 추천하도록 한 결과, 대구지법원장에는 판사들이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1명인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반면 의정부지법의 경우 이 법원의 신진화(29기) 부장판사가 단독 후보로 추천됐지만, 김 대법원장은 장준현(22기)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의정부지법원장에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 뒤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의정부지법은 130여명의 법관에 700여명의 직원, 산하에 6개 시군법원 등을 두고 있어 상당한 정도의 재직 기간과 재판 및 사법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선 “기수 중심, 행정처 중심, 고등부장 중심 인사를 깨자고 만든 제도인데, 결국 기수를 따져 사법행정에 익숙한 사람에게 법원장을 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판사는 “사법농단과 같은 사태를 막고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려면 동료 법관들의 검증이 필요한데, 이번 의정부지법원장 인사는 이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다른 판사는 “의정부지법 판사들의 의견을 ‘인기투표’로 격하시키고, 결국 사법관료화의 가장 큰 문제인 기수 중심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사법농단 관련자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옛 통합진보당 가압류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윤성원(17기) 광주지법원장은 인천지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다는 평가다. 사법농단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징계를 받은 이민걸·임성근(이상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 인사 대상 기수이지만 이번 법원장 인사에서 제외됐다. 행정처에서 작성한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 문건을 대법원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현석(20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퇴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뇌물죄를 추가로 인정한 김문석(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준 정형식(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회생법원장에 각각 임명됐다.

고한솔 최우리 장예지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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