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가운데)이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찰이 청와대 등 윗선 개입 규명에 소극적이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 및 검찰 고위 관계자 등이 이번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법무부와 검찰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제도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2008년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의료 민영화 비판 등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관계된 동영상을 게시하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불법 사찰을 벌이면서 불거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씨한테 자신의 회사를 처분하도록 하는 한편, 경찰에는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도록 압박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 전모도 함께 드러났다. 검찰은 2008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 수사를 벌였지만 청와대 개입 등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검찰은 민간인 김씨의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때부터 총리실의 불법 사찰 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인지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및 총리실의 비선조직이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대통령 등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뒤늦은 압수수색으로 인한 증거인멸, 압수수색 시기 사전 조율 의혹 등을 지적하면서도 “당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진상 규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2012년 수사 당시 청와대 개입을 입증할 문건이 담긴 유에스비(USB) 메모리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건네진 뒤 사라졌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시 중수부가 유에스비 메모리를 가져간 것은 수사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어 “현재까지도 유에스비 메모리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당시 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감찰을 한 뒤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사위는 증거은닉죄 등의 공소시효(7년)가 오는 3월께 끝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최재경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수사팀으로부터 받은 유에스비 메모리를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해 달라고 맡겼다. 이후 절차에 따라 수사팀에 인계한 것으로 안다. 과거사위 발표는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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