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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무장지대 500킬로 50만명 손잡아 ‘평화지대’ 바꿔요”

등록 2019-01-27 22:01수정 2019-01-28 07:42

[짬] ‘평화의 씨앗들’ 회원 김준권·정지석씨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 옛 노동당사 앞에서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김준권(왼쪽) 포천 평화나무농장 대표·이석행(가운데) 디엠제트인간띠운동본부 본부장·정지석(오른쪽) 국경선평화학교 교장이  분단시계를 배경으로 함께 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 옛 노동당사 앞에서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김준권(왼쪽) 포천 평화나무농장 대표·이석행(가운데) 디엠제트인간띠운동본부 본부장·정지석(오른쪽) 국경선평화학교 교장이 분단시계를 배경으로 함께 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두 손을 맞잡고 얼싸안는 남북 정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순간 떠오른 그림이 있었어요. 남과 북 접경지역 주민들도 저렇게 손을 맞잡으면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뀔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날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했지요. 하지만 실제로 용기 내서 평화손잡기 운동을 제안하게 해준 분들은 따로 있어요.”(정지석 국경선평화학교 교장·목사)

“평소 늘 하던 대로, 손잡기 참가자들이 오면 우리 농장에서 밥 한끼야 얼마든지 대접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밖에 없어요. 이런 역사적인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기쁘면서도 책임감을 느낍니다.”(김준권 평화나무농장 대표)

지난 19일 강원도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문화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오는 4월27일 오후 4시27분 한반도를 가르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 500㎞를 50만명의 인간띠로 이어 평화누리길로 만드는 ‘평화손잡기 운동’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했다. 국경선평화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인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두 사람은 이날 정기총회를 마치고 자리를 함께했다.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운영 6년째
교장 정지석 목사 “4·27선언 잇자” 제안

포천 평화나무농장 ‘생명농업’ 20년
김준권 대표 “참가자 민박 제공” 첫 호응

“4월27일 오후 4시27분 인간띠잇자”
접경도시 10개 비롯 오늘 ‘전국 운동본부’ 발족식

지난 19일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문화센터에서 ‘평화의 씨앗들’(이사장 이일영·앞줄 맨가운데) 회원들이 정기총회를 열고 ‘디엠제트 평화도보 순례길’ 활성화 운동과 ‘4·27디엠제트평화손잡기 운동’ 철원모임 추진을 주요사업으로 결정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 19일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문화센터에서 ‘평화의 씨앗들’(이사장 이일영·앞줄 맨가운데) 회원들이 정기총회를 열고 ‘디엠제트 평화도보 순례길’ 활성화 운동과 ‘4·27디엠제트평화손잡기 운동’ 철원모임 추진을 주요사업으로 결정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꽃 피는 봄날 디엠제트로 소풍 가자~! 4월27일, 두 팔로 디엠제트 500㎞ 잇자!” 디엠제트평화인간띠운동본부(본부장 이석행) 주최로 28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디엠제트 민+평화손잡기’ 발대식과 기자회견이 열린다. 정 목사는 ‘133인 추진위원’(3·1운동 100돌+민족대표 33인)으로, 김 대표는 공동위원장으로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다.

“2013년부터 분단의 최전선인 철원에서 국경선평화학교를 열고 평화의 기도를 해왔던 까닭에,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을 보면서 ‘기적’ 같은 감동을 느꼈지요. 그 감동을 지속적으로 키워서 기적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소명도 절실해졌어요. 지금까지 평화학교를 통해서 두차례 디엠제트를 따라 1000㎞ 가까운 거리를 걸었던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우선 ‘평화의 씨앗들’에게 철원과 포천을 중심으로 마중물이 되자고 뜻을 전했지요.”

4월27일 전후로, 무엇보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참가자들이 묵을 숙소와 식사를 준비해줄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의 동참이 필요했다. 이런 정 목사의 얘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춰준 게 바로 김 대표였다.

“20여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포천에 들어와 이만큼 농장을 일궈 자리를 잡았으니, 누구든지 찾아오면 대접을 하는 게 당연하지요. 하물며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고자 모이는 손님들인데…. 마침 자연농법·생명농업 강습을 수년간 해와서 100명쯤은 한꺼번에 묵을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까요.” 역시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김 대표의 부인 원혜덕씨도 “기꺼이 환영한다”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 방식으로 주요 접경지역 주민들이 민박을 제공해준다면 50만명 모으기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정 목사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평화손잡기’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교회 공간 활용이 가능한 기독교 네트워크를 통해 홍보에 나섰다. 마침내 지난해 7월부터 지역 단위로 추진위원(133명)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포천만 해도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아서 133명을 훌쩍 넘었네요.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예요.”(김 대표)

현재 동쪽 끝인 강원도 고성부터 인제~양구~화천~철원~연천~파주~고양~김포를 거쳐 서쪽 끝 강화까지 10개 접경지역 도시를 비롯해서 전국 곳곳에서 추진본부가 꾸려지고 있다. 지난 7일 충북본부가 가장 먼저 발대식을 하며 깃발을 들었고, 26일엔 강원본부도 출범했다. “처음엔 막연했는데, 10대 도시마다 5만명씩 모인다면 충분히 연결이 가능하지 않겠어요?”(정 목사)

지난 19일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정지석(맨오른쪽) 목사와 부인 전옥희(맨왼쪽)씨, 평화나무농장 김준권(오른쪽 둘째) 대표와 부인 원혜덕(왼쪽 둘째)씨가 소이산 맞은 편 옛 노동당사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 19일 ‘평화의 씨앗들’ 회원인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정지석(맨오른쪽) 목사와 부인 전옥희(맨왼쪽)씨, 평화나무농장 김준권(오른쪽 둘째) 대표와 부인 원혜덕(왼쪽 둘째)씨가 소이산 맞은 편 옛 노동당사 앞에서 함께 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지난해 연말 행정안전부가 비무장지대를 잇는 456㎞ 길이의 ‘디엠제트 통일을 여는 길’ 조성계획을 발표한 것도 고무적이다. 정 목사는 “정부가 나서서 편하고 안전한 길을 만들어 준다니 반가운 일”이라며 “다만 이미 나 있는 길을 최대한 활용하고 토목공사는 최소화해서 생태계도 살리고 평화도 알리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3·1혁명처럼, 촛불혁명처럼, 민(民)이 스스로 염원을 모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뤄내는 ‘또 하나의 위대한 기적’이 벌써부터 보이는 듯해요. 이다음엔 북녘 주민들도 호응해 한반도 종단 손잡기도 할 수 있겠죠.”

사상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덮쳐 북녘땅이 한눈에 보인다는 소이산도 철원 평야도 흐릿했지만, 옛 노동당사 앞에 세워진 분단시계가 멈춘 순간을 상상하는 ‘평화의 씨앗들’ 회원들의 표정은 맑게 개었다.

‘4·27평화손잡기’ 참가 신청은 28일 이후 디엠제트 평화인간띠운동본부 누리집(dmzpeacechain.com) 또는 전화(1855-0427)로 하면 된다.

철원/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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