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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사 합의 종용이 ‘정보경찰’ 의 업무?

등록 2019-01-27 17:26수정 2019-01-28 08:59

‘삼성노조원’ 염호석씨 주검 탈취 사건 공소장 보니
당시 경남경찰청 정보계장 ‘회사와 중재’ 지시
검찰 “경찰력 동원 대비한 업무”라 판단
민변 등 경찰청 정보부서 폐지 요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염호석씨 영정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염호석씨 영정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4년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분회장의 주검 탈취 사건에 경남지방경찰청 정보과도 개입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청은 최근 정보경찰 개혁 방안으로 ‘노사 갈등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화해를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훈령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여러 단서를 달아 관련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지난해 12월 말 경남 양산경찰서 전 정보보안과장과 전 정보계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은 삼성 쪽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고 염호석씨의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염씨 부모를 설득하는 한편, 염씨의 주검을 빼오고 화장하는 과정에서 허위 신고와 공문서 작성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27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들의 공소장에는 또 다른 경찰이 등장한다. 2014년 5월 당시 경남지방경찰청 정보과 정보3계장이었다. 그는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에게 “유족과 회사가 합의하는 데 중재를 해보라”며, 사실상 중간 다리를 놓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 노사 갈등이 심해져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직무 활동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했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정보경찰의 정치개입과 사찰을 차단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그러나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공공 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등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정보 수집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정보경찰의 직무 범위를 두고 논의하고 있지만 진행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개혁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이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을 통제할 경찰 내·외부 기관과 처벌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오민애 변호사는 “경찰청이 용어만 바꿔서 정보경찰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 경찰은 정보부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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