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시간외 근무수당 관리를 위해 지문인식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대체 수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 등은 시간외 근무수당의 부정수급이 우려된다며 불수용 뜻을 밝혔다.
전국사회복지유니온 박현실 사무처장은 지난 2016년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 인건비 및 운영관리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인천광역시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측정하기 위해 지문인식기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침은 시설 종사자들에게 지문인식을 강요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를 종합하면,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8년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서를 통해 ‘시간외 근무수당의 인정은 지문인식 등 신체일부를 확인하는 시스템만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인천광역시 역시 ‘지문인식 등록 건에 한해 (시간외 근무수당을) 인정. 지문인식 미등록시 연장근로수당 보조금 미지급’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인권위는 “지문 등 생체정보는 신체에서 획득되는 민감한 정보이므로 수집·관리에 있어 엄격한 기준과 주의가 요구된다”며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동의하지 때를 위한 대체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등은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지문인식이 불가피하다며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출퇴근 등 근무기록지 조작’ 등으로 인한 부정수급 사례가 다수 발생해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인천광역시 역시 “변호사 자문 결과 (지문인식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보다) 종사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는 공익이 우선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지문인식기 사용 외 다른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의 목적은 인정되지만, 대체수단이 없다는 해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문을 복제한 실리콘 손가락을 이용해 수당을 부정수령하는 사례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 지민인식기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며 “민감한 생체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체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어 인권위법 25조에 따라 (인권위 권고와 기관 불수용을) 공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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