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서 구조 활동 등을 벌이는 해양경찰의 모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해상 검문검색 때도 육지에서 행해지는 불심검문과 같이 ‘임의동행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매뉴얼을 개선하고, 소속 경찰관 직무 교육을 실시하라고 해양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6.67톤급의 낚시어선 선장인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4월 승객 6명을 태우고 바다낚시를 하던 중 낚시조끼 미착용으로 해양경찰에 적발됐다. 해경은 확성기로 이씨에게 “해경 형사기동정이다. 검문검색이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알린 뒤, 기동정과 어선을 붙여 대고 선장 이씨에게 기동정으로 넘어올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기동정에서 낚시조끼 미착용 등을 인정하고 진술서 등을 작성했다. 이후 이씨는 해경이 형사기동정으로 자신을 건너오게 하는 행위는 임의동행과 같은데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해경이 단속 이유를 알리고 이씨에게 형사기동정으로 옮겨 오라고 한 뒤 진술서 등을 받는 실질적인 조사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형사기동정은 육지의 파출소와 같은 공간이기 문에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서로 동행을 요구하는 ‘임의동행’ 요구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같은법 3조 2항에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이 동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이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헌법에서 보장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함정·파출소 수사전담요원 수사실무 매뉴얼’에 따라 확성기로 검문 사실을 알리고 검문검색을 실시한 뒤 절차에 따라 진술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해경의 행위가 매뉴얼 관행에 따른 점을 고려해 경찰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매뉴얼 등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양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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