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한 병원 입구에 홍역 예방수칙과 선별진료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부터 대구와 경기 안산 등에서 홍역 발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영유아나 20~30대가 홍역에 감염됐다.
21일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이후 전국 5개 시도에서 30명의 홍역 확진자가 나타났고 이 가운데 대구(17명)·안산(10명) 지역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집단 발병한 경우는 27명이다. 대구 홍역환자 바이러스 유전형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유행 중인 ‘B3’이며, 경기도 바이러스 유전형은 ‘D8’으로 서로 다른 경로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30명을 연령별로 분류해보면 만 4살 이하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9명, 30대 6명이었다. 만 4살 이하 15명 가운데 80%가량은 예방접종 대상이 아닌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였다. 20~30대 15명 중 6명은 홍역이 발생한 대구지역 병원 의료진이다. 안산에선 의료진 감염자는 없었으며, 영유아 가족들이 홍역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환자가 많은 데 대해 질본 관계자는 “2014년 자료를 보면, 1993~2000년생의 홍역 면역도(70~80%)가 다른 연령대(95~99%)보다 낮았다. 1997년부터 1·2차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됐으나 백신 질 관리가 부족했고, 홍역 발병이 줄어들면서 자연적으로 면역력을 획득할 기회도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역에 걸리면, 감기처럼 기침·콧물·결막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함께 발진이 일어난다. 치사율은 낮지만 공기 중 전파로 전염성이 매우 높아 면역이 불충분한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감염 확률이 90%가 넘는다. 1회 예방접종만으로도 93%의 예방 효과가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는 2회 접종하고 있다.
질본은 2명 이상 홍역 전염이 확인된 대구와 경북 경산, 경기 안산 지역의 경우 생후 만 6~11개월 영아들에 대해서도 예방접종을 하는 ‘가속접종’을 권고했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MMR) 1차 예방접종은 만 12~15개월, 2차는 만 4~6살에 하도록 돼 있다. 유행 지역에서는 1차 접종을 끝낸 16개월~만 4살 미만 영유아도 2차 접종 시기를 앞당겨야 하며, 1·2차 접종은 최소 4주 이상 간격을 둬야 한다. 1967년 이후 출생자이거나, 홍역을 앓은 적이 없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성인의 경우 1회 이상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홍역이 유행하는 유럽·동남아 지역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4주 이상 간격으로 1·2차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질본은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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