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한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21일 오후 기자회견장인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 서울홀로 들어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는 자신과 관련된 성폭력 은폐 의혹에 관해 부인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전명규 교수는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했다. 상습 폭행도 몰랐다”며 “국민들께 아픔을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감내하기 힘든 시련을 겪은 제자 심석희에게도 미안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전 교수는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은폐 의혹 질문에 대해, “성폭력과 관련해서 제가 전부 알 수도 없고,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심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전 코치에게 스케이트를 배웠다. 한국체대에 입학해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서 훈련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심석희에게 미안하고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018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 맞은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무마했는냐는 질문에는, “국정감사에서 이미 답변했다. 기자회견을 막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해도 되고 지금은 평창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석희가 나중에 하는 것으로 제 뜻을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은폐 의혹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이유는 가해 코치들이 전명규 교수 휘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그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 사실을 확인해봐야 하지만 부끄럽고 죄송하다. 관련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이 녹취록에는 전 교수가 조재범 전 코치의 탄원서를 (선수들에게) 받아오라는 내용이 나온다. 전 교수는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주면 (조재범을 위한)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조재범도 내 제자다. 지금 상황(성폭행 폭로)이 발생하기 전 조재범이 구속됐다는 상황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에 앞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그는 “녹취를 한 사람은 나에게 녹취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 내용을 젊은빙상인연대에 전달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표현에서 과한 부분이 있는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범 코치의 옥중 편지에 특정 선수를 밀어주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 (조재범 코치가 형을 감면받기 위해 거짓으로 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기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심석희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기흥 회장이) 조재범 전 코치를 복귀시키겠다고 말한 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조재범 코치에 유리한 얘기를 해서,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자신이 빙상계 뉴스에 중심에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제가 대표팀에 오래 있었고, 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된 것처럼 우지좌지 하지 않았고, 제 맘대로 하지도 않았다. 빙상연맹이 그런 조직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노진규 선수가 치료의 타이밍을 놓쳐 사망한 것에 책임이 없느냐는 질문에, “당시 연대 세브란스와 건대병원 양쪽에서 진단을 받았으나 서로 달랐다. 제가 의사가 아니어서 어머니가 결정하는 대로 돕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체대 교수직 사임 의사를 묻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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