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21일 오전 서울 언론인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건 무마를 청탁하거나 부적절한 골프 접대를 받는 등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재직하며 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서 해임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허위 출장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국가 예산 약 1500만원 이상을 횡령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전 수사관과 변호인단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수사관이 비리 혐의자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사실과 다른 부분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데스크 김아무개 사무관은 내근 전담임에도 출장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김아무개 사무관이) 허위 출장신청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이용했다며 “특감반원들은 매일 외근 활동을 하며 출장을 다니기 때문에, 출장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 상당을 각 개인의 계좌로 송금해주었고, 특활비 또는 특정업무 경비로 현금 40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직접 개인별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같은 방법으로 예산을 횡령한 직원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전 수사관은 “(예산을 횡령한 특감반원이) 1명이라면 지난 16개월간 1500여만원, 2명이라면 3천만원 상당의 국민 세금을 허위로 수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반부패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은 국가 예산을 허위로 집행한 것이어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김아무개 사무관의 허위 출장비 수령은 청와대와 특감반원의 계좌 거래내역 등에 자료가 남아 있으니 이를 감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은 이에 대해 “내근 전담반뿐 아니라 데스크도 업무시간 중 또는 퇴근 뒤 정보활동을 하고 특감반원들 감독 업무를 하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개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특감반원들 이상의 활동비가 필요하다”며 “그 비용을 지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21일 오전 서울 언론인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자 김 수사관을 지지하는 참가작들이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 전 수사관은 아울러 대북사업과 관련해 송영길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8월 “이인걸 반장의 지시 및 승인을 받고 대북사업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있다”며 “송영길 의원이 북방경제위원회(북방위) 대북경협사업을 주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의 위원장이었는데 그때 대북 관련 사업자인 자신의 측근을 특별보좌관으로 앉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모래 채굴 사업을 독점적으로 확보하여 측근에게 일감을 몰아주려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고 설명하면서 “당연히 조국 수석에게 보고되었을 것이고, 수석의 윗선에도 보고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실 쪽은 이 주장에 대해 “북방위에 ‘특별보좌관’이라는 직제 자체가 없다. 통상 정치인 주변에서 ‘특보’ 명함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류의 오해에 불과하다”며 “북한 모래 채굴사업은 유엔 제재 등으로 인해 현재 불가능한 사업이다. 그런 사업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박형철 비서관도 “(송영길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는)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는 심지어 저 혼자 한 일이라며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셨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행정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 부분은 이미 수사 대상이 되고 있어서 가려지리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를 두고 “가이드라인 제시 이후 그 다음 날 저는 해임 처분되었고 징계 처분에 대한 가처분을 행정법원에 제기하였지만 16페이지에 이르는 소장이 접수한 지 1시간 만에 기각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대검찰청 보통 징계위원회(위원장 봉욱 대검찰청 차장)는 특감반원으로 일하던 당시 감찰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지인인 건설업자 최아무개씨의 뇌물공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재직하며 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김 수사관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날 김 수사관이 검찰의 징계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주빈 성연철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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