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이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김 전 사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조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김 전 사장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조 의원은 2016년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도중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김 전 사장을 거론하며 ‘김 전 사장이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성추행 범죄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판결로 가뜩이나 국민이 괴리감을 느끼는데, 성추행 경력자가 형벌 기준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또 회의 발언을 녹화한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성추행 전력 간부가 김 전 사장이 아니라 다른 문화방송 간부인 것으로 드러났고, 조 의원은 정정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다.
재판에서는 조 의원의 발언과 녹화 영상 게시가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해당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조 의원의 행위는 국회 내에서의 자유로운 발언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도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문화방송은 민사소송과 별도로 조 의원을 형사 고소했지만, 검찰은 2017년 12월 조 의원에 대해 일부 공소권 없음과 일부 혐의 없음으로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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