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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휴대폰 액정 빼돌린 혐의 수리기사에…헌재 “증거 부족”

등록 2019-01-11 16:10수정 2019-01-11 20:28

2017년 삼성전자서비스 핸드폰 수리기사 집단 입건
헌재 “자의적 검찰권 행사” 기소유예처분 취소 결정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정효 기자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정효 기자
핸드폰 액정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수리기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수사가 미진했고 증거 판단이 잘못된 자의적 검찰권 청구가 문제라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27일 핸드폰 액정 4개(61만원 상당)를 빼돌린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삼성전자서비스 나아무개(36)씨에 대한 처분 취소를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헌재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지만 그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나아무개(36)씨는 고객이 맡긴 핸드폰 액정 4개를 회사에 반납하지 않고 폐액정과 바꿔 장물업자에게 판 혐의로 2018년 4월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는 반납된 액정을 전수 조사해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는 해외용 액정을 수리한 166명의 수리기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나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은 횡령한 사실이 없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맡겨진 단순 파손 액정을 장물업자에게 빼돌리고 본사에는 폐액정을 반납해 차액을 가로챈 혐의로 수리기사 196명을 경찰이 검거했다. 최민영 기자
2017년 11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맡겨진 단순 파손 액정을 장물업자에게 빼돌리고 본사에는 폐액정을 반납해 차액을 가로챈 혐의로 수리기사 196명을 경찰이 검거했다. 최민영 기자

헌재는 “고객이 반납한 액정이 국내용 액정이었다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 고객이 국내용 액정이 아닌 것을 수리받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 반납 과정 중 액정이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 장물업자와 거래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나씨가 횡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나씨와 같은 수리기사들을 올해 1월1일자로 직고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나씨를 포함한 150여명은 제외했다. 회사 쪽이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와야 직고용해준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나씨는 무죄를 입증할 길이 없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11월 나씨를 포함한 수리기사 196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거했다. 일부 수리기사는 구속 기소됐지만 기소유예가 나온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씨를 대리한 금속노조 법률원 박다혜 변호사는 “검찰 수사기록을 받아 보면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소유예를 받은 수리기사가 많아, 통지를 받은지 9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헌법 소원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기관으로부터 처분 통지를 받으면 90일 이내에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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