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사진 왼쪽)과 숭실대 전경. 학교 누리집 갈무리.
건학 이념 등을 이유로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와 영화 상영 대관 등을 불허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제17차 전원위원회에서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이를 주최한 학생들에게 무기정학 등 징계 처분을 한 한동대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17년 한동대 내 동아리가 개최한 ‘흡혈 사회에서, 환대로,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회를 학교 쪽이 허가하지 않고, 주최자 등 학생들을 징계한 것은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쪽은 “학내에서 동성애, 성매매 등에 관한 강연회를 여는 것은 건학 이념에 반하고, 대학에 부여된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개최를 불허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이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학생에 대한 무기정학과 특별지도 처분을 취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총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아울러 “2015년 숭실대 총여학생회가 연 행사에서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하려고 하자 학교 쪽이 대관을 허가하지 않은 것도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숭실대는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대학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며 숭실대 총장에게 “앞으로 시설 대관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학에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건학 이념을 이유로 장애인,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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