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대법관 후보자가 2017년 7월5일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상(61·왼쪽 사진·사법연수원 15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임기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그동안 사법농단 수사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등 김명수 대법원장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후임 행정처장에는 ‘대법원장 권한 분산’을 강조한 바 있는 조재연(62·오른쪽·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임명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최근 ‘사법개혁 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 대법원장이 국회를 상대하는 행정처장에 조 대법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 처장은 3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그동안 몇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도 바뀌었으니 (대법원장의)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다. 이번에는 받아들일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의 표명이 대법원장과의 입장 차이 때문이냐’는 질문에 “큰 방향에서 입장은 다를 바가 없다. 세부적인 의견 차이를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앞서 그는 김 대법원장이 꾸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단장을 맡아 재판개입 의혹 등이 담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도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다”라고 해 법원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뜻을 밝힌 뒤에도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야지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선 사법농단 수사와 국회 사법개혁 논의를 직접 상대해야 했던 부담을 사의 표명 배경으로 꼽고 있다. 안 처장은 이날 “지난 1년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1년이 (통상 임기인) 2년보다 훨씬 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 후임으로 이르면 4일께 조재연 대법관을 임명할 예정이다. 조 대법관은 덕수상고와 성균관대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7년 6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해 그해 7월 대법관이 됐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에게 사법부 인사·예산권 등 권력이 지나치게 쏠린 것은 당연히 고칠 필요가 있다. 사법부 내부 민주화를 요구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또 “판사들이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계급화하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사법관료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으로서는 조 대법관이 국회 사법개혁 논의를 상대하거나 향후 예정된 대법원 차원의 사법행정개혁의 실무를 주도하는 데 여러모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1982년 판사로 임관한 뒤, 1993년부터 24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점도 ‘법원 내부자의 시각에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활동이 연장된 국회 사개특위는 법원행정처 폐지 등 대법원장 권한 분산을 논의하고 있다. 조 대법관이 사실상 ‘마지막 법원행정처장’이 될 수도 있다.
최우리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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