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대국민 설명회' 가 열렸다. 보건복지부 제공
“쉰살도 넘은 1968년생이다. 정부가 내놓은 네 가지 안 중에는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들었다. 몇 년 정도 지나면 우리 공적연금 많이 나간다고 들었는데, 모든 걸 세금으로 메울 순 없지 않느냐. 지금 노인 세대도 존경받지 못하는데, 아이 한 명이 두 사람 돌봐야 하는 사회 됐을 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홍보를 어떻게 한 건지 설명회 장소가 어딘지도 알기 어려웠다.”
지난 14일 정부가 공개한 ‘사지선다’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은 이어졌으나,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한 대국민 설명회' 풍경이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엔, 주로 50~60대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국민연금 제도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설명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정부가 제시한 네 가지 방안엔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구체적이고 알기 쉬운 설명은 부족했다. 설명회는 1시간30분 일정으로 짜여졌는데, 질의응답에 할애된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설명회에 참여한 손아무개(60·여)씨는 “설명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며 “30대 자녀가 있다보니 기금이 없어진 이후에도 국민연금 지급이 보장되는지 궁금했는데 그게 가능하다니 일단 안심했다. 그러나 최저노후생활 보장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세금 내는 것도 그 금액에 포함되는 건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민수(65·남)씨는 “설명회를 연 장소가 너무 좁아 서 있다가 중간에 가버린 사람도 있고, 시민들에게 나눠줄 설명서도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편안을 내놓으며 ‘사회적 합의’를 거듭 강조하지만, 정작 토론의 시작점인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은 부족한 셈이다.
지난 18일 열린 국민연금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정부안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일부 위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민연금심의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설치된 복지부 자문 기구로, 복지부 차관을 비롯해 가입자·노동자·사용자·공익대표 등 위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자 대표인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회의 당일 아침에서야 자료를 배포했고, 네 가지 안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게 설명돼 있지 않았다”며 “심의를 보류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연금심의위는 안건을 통과시킬지 말지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어서 회의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공익대표 위원인 강남대 김수완 교수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가 장기적인 재정안정화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방기하고 재정계산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 개선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다른 국민연금심의위 위원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에서 정부안 공유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국민연금심의위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향후, 경사노위 연금특위서 오가는 정보나 토론 내용은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오는 2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국민연금 제도 개편 논의는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와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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