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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왕적 권한’ 내려놓기…김명수 대법원장의 선택은?

등록 2018-12-11 15:30수정 2018-12-11 15:54

대법원, 법원행정처 개혁방안 국회 제출 앞두고
김 대법원장의 결단 또는 후퇴에 법조계 관심 증폭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느냐,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느냐.’

대법원이 국회에 법원행정처 개혁방안을 제출하기로 한 시한이 다가오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점은 법원행정처를 직할에 두고 사법행정권을 독점해온 대법원장 권한의 분산이냐 존치냐로 모아진다.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신설될 ‘사법행정회의’에 심의·의결 및 집행 권한까지 주면 대법원장 권한이 분산되지만, 심의·의결기구로 국한하면 집행 권한은 기존처럼 대법원장이 갖게 된다. 대법원은 입장 표명을 미룬 채 12일까지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위원장 박영선)에 출석해 “행정처 개혁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다음 달 12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안 처장이 “사개특위 법원·법조개혁소위원회가 13일에 개의할 예정이니 12일까지 법원 입장을 달라”는 박 위원장의 요구에 답하면서다. 다만 최근 국회 파행으로 소위 개의 날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이런 일정에 맞춰 지난 3일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원 토론회’를 비공개로 열었고, 4일부터 각급 법원 판사와 법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사법개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또 7일에는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고위 법관들의 의견도 들었다. 주로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산하 ‘후속추진단’이 만든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것이다.

내부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온 얘기는 대법원장 권한의 축소보다는 존치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 법관 설문에서는 기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신설될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권을 넘기는 데 찬성한 의견이 10%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행정회의는 합의제 의사결정 기구로,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법관 5명·외부 인사 5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법행정회의에 집행 권한을 주지 않고 심의·의결 기구 정도로 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전국 법원장 39명이 참석한 7일 회의에서는 사법행정회의 신설안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걱정과 우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사법행정회의는 심의·의결 기구로 제한하고 집행 권한까지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고, 일부에선 “대법원장의 권한을 법률로 제약해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 대법원장도 참석했다.

법조계의 관심은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다. 법원 내부의 부정적 분위기를 모르지 않을 그가 왜 촉박한 일정을 무릅쓰고 추가 의견수렴에 나섰는지 궁금해한다. 애초 김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의 전향적인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9월13일)고 했었다. 사법발전위 다수안이 사법행정회의에 심의·의결 및 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한데 이런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사법발전위 산하 후속추진단이 보고(11월2일)하자, 열흘 뒤 갑자기 “추진단의 개혁안에 대해 법원 가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법원 안팎에선 분석이 갈린다. 한쪽에선 추진단안을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의심한다. 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추진단안대로 가면 대법원장은 많은 권한을 내려놔야 한다. 뒤집기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추진단장을 지낸 김수정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원장의 결단만 남은 상태에서 의견수렴을 반복하는 것은 개혁 지연이란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사건 검찰 수사를 촉발한 ‘수사 적극 협조’ 입장 표명(6월15일)을 앞두고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법관 출신인 다른 변호사는 “70년 만의 변화다. 법원 내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상황에서 지지기반이 취약한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결단’하고 밀고 갈 사안이 아니다. 한 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안 처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답변에서 “대법원장께서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계셔서 더 개혁하면 하지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활동 시한을 2주 남짓 남겨둔 국회 사개특위 활동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졸속 처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법원 내부 의견수렴 때문에 사개특위의 법원행정처 개혁 논의는 한 달 넘게 공전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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