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을 총괄 지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의 유서가 공개됐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를 맡았던 임천영 변호사는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전 사령관의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세월호 참사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하다니 정말 안타깝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 영장심사를 담당해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에 대해서도 “(검찰 쪽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사령관은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동안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한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유서를 공개한 임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전 사령관이 제2의 인생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던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실망과 심적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별건수사로 압박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그 부분(별건수사 압박)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다만 고인은 자신의 일로 부하 등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될까봐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송파경찰서는 7일 “이날 오후 2시48분께 이 전 사령관이 지인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고 밝혔다. 이 지인은 최근 이 전 사령관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동료로 알려졌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조성된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이를 타개하려 세월호 유족의 동향을 사찰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는 지난달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이 전 사령관과 김아무개 전 참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3일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