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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열 사고 백석역 수송관, 2달 전 ‘가장 위험 등급’ 받아

등록 2018-12-05 14:49수정 2018-12-05 21:14

지난 10월 위험도 등급 측정서 ‘1등급’ 받아
난방공사 고양지사, 사고 8시간 전에도 육안 점검
감사원, 석 달 전 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관리 문제점 지적
5일 새벽 소방대원 및 관계자들이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배관 파열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일 새벽 소방대원 및 관계자들이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배관 파열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파열되면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한국지역난방공사(난방공사)의 열 수송관이 지난 10월 자체 측정한 위험도 등급에서 가장 위험한 수준인 ‘1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난방공사는 사고가 발생하기 8시간 전 열화상 카메라로 지열 차를 확인하는 육안 점검을 하고도 열 수송관에서 별다른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감사원이 지난 9월 난방공사에 열 수송관 위험도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관리 상태가 엉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시정 조처를 요구했던 사실도 밝혀져 난방공사의 열 수송관 관리 시스템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난방공사 고양지사 고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열 수송관 2047번 구간은 지난 10월 점검에서 잔여 수명 ‘-5년’을 기록해 위험도 등급에서 1등급을 기록했다”며 “하지만 당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진단에서는 지열 차가 5도 미만으로 나와 당장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4일 오후 2시에도 이 구역 육안 점검에 나서서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열 수송관 관로 위를 걸어 다니면서 지열 차를 확인했는데, 5도 이상 지열 차가 감지된 곳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열 수송관 파열사고가 난 시간은 4일 오후 8시40분이다.

감사원이 지난 9월 난방공사에 대해 기관운영 감사를 하고 펴낸 감사 보고서와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난방공사는 지난해 12월30일 기준으로 평균 온도 115도에 이르는 뜨거운 물이 흐르는 총 길이 4257㎞의 열 수송관을 관리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이 열 수송관의 잔여 수명 정도에 따라 위험도가 가장 높은 잔여 수명 1년 이하는 ‘1등급’, 1~5년은 ‘2등급’, 6~10년은 ‘3등급’, 11~15년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난방공사 지사들은 이 등급에 따라 보수 대상인 열 수송관을 선정한다.

아울러 열 수송관 보수 상태를 파악하는 기준은 지열이다. 노후화 등으로 열 수송관 내부를 흐르는 뜨거운 물이 누출될 경우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므로, 열 수송관이 묻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지표면 온도 차가 높을수록 열 수송관에서 뜨거운 물이 누출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난방공사는 운영 지침에 따라 매년 2회 열화상 카메라로 지열 차가 5도 이상인 구간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2047번 구간 열 수송관은 이 기준에 따라 지난 10월 위험도가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았지만, 난방공사는 별다른 후속 조처를 이행하지 않았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열 수송관 잔여 수명 ‘-5’는 ‘수명이 5년 지났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우선 관리할 구간을 확인하기 위한 숫자일 뿐”이라며 “지난 10월과 사고 당일 점검에서 지열 차가 (이상 수준인) 5도 이상 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올해 3월28일부터 4월13일까지 13일 동안 난방공사를 감사하고 모두 5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한 뒤 이 가운데 3건에 대해서는 주의, 2건에 대해서는 일반 통보 조처했다. 감사원은 5건 가운데 난방공사에 일반 통보 조처를 한 ‘열 배관의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 및 유지보수 업무 부적정’ 보고서에서 난방공사의 부실한 열 수송관 관리 시스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감사원은 난방공사가 “열화상 카메라 측정 등을 통해 파악한 위험 징후가 나타난 (열 수송관) 구간은 해소 전까지 (위험도가 가장 높은) 1등급으로 관리”한다는 막연한 규정만 지닌 채 위험도 등급에 따른 구체적인 대처 규정과 반영 방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난방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도 분당지사가 관리하는 열 수송관을 점검했는데, 지열 차가 5도 이상인 구간은 전체 147개 구간 가운데 29개 구간이었다. 이 가운데 위험도 1등급으로 분류한 구간은 지열 차 7.5도를 기록한 183번 열 수송관 1곳에 불과했고, 지열 차가 74.9도를 기록해 위험도가 가장 높아야 할 779번 열 수송관은 위험 정도가 없는 ‘등급 외’로 분류하는 등 엉망인 상태로 열 수송관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역 3번 출구 앞 도로에 매설된 열 수송관의 경우 1991년에 시공된 수송관으로 나타나 난방공사에서도 열 수송관이 노후한 점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공사의 열 수송관 현황을 보면, 시공된 지 ‘20년 이상’된 열 수송관이 전체 수송관 가운데 가장 노후화한 수송관으로, 전체 수송관 가운데 32%를 차지하고 있다. 난방공사가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고양시 백석역 열 수송관 누수 사고 관련 보고’를 보면, 난방공사는 사고 원인에 대해 “시공된 지 27년이 경과한 장기 사용 배관이어서 초기 공법이 적용됐고, 현장 여건상 매설 환경이 취약한 것이 사고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난방공사가 사고 지역 열 수송관의 지열 차를 정밀하게 파악해 미리 대비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지난 9월 난방공사에 대해 기관운영감사를 하고 펴낸 감사 보고서
감사원이 지난 9월 난방공사에 대해 기관운영감사를 하고 펴낸 감사 보고서
난방공사는 아울러 열 수송관의 위험현황을 평가하는 또 다른 요소인 ‘절연 레벨’ 기준에 대한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연 레벨은 열 수송관 내부의 습도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값인데, 열 수송관의 잔여 수명을 계산하는 기본평가 요소로 활용된다. 특히 절연 레벨은 계절과 시간 등에 따라 편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열 수송관 위험현황 등급을 산정할 때 구체적인 유지관리 지침에 따라 운용해야 하는데, 난방공사는 등급 산정 횟수만 연 1회로 규정해놓고 절연 레벨의 인용 방법이나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323번 배관의 경우 난방공사가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위험 등급을 산정할 때는 위험도 ‘등급 외’에 해당하는 0레벨이었지만, 여름인 같은 해 7월부터 8월 말까지는 위험도 ‘4등급’에 해당하는 11레벨 혹은 12레벨로, 겨울인 12월에는 다시 ‘등급 외’에 해당하는 0레벨로 변경되면서 최종 위험 현황도 등급에선 2017년 12월의 절연 레벨인 0레벨만 인용하고, 위험현황도 등급을 ‘등급 외’로 산정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절연 레벨의 인용 방법 및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서 지열 차 자료나 절연 레벨 측정값이 열 수송관의 유지보수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난방공사 각 지사는 관할 열 수송관 구간에 부여된 위험현황도 등급을 신뢰하지 않은 채 임의로 보수할 열 수송관 구간을 선정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난방공사 사장에게 “열 수송관 점검으로 측정된 지열 차 자료를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에 반영하는 등 실제 열 수송관의 위험 정도에 따라 열 수송관 유지보수 대상이 선정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권지담 황춘화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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