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주최하는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대형 펼침막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당신이 바뀔 때까지 미투는 멈추지 않는다.” 서울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미투’ 현수막이 펼쳐졌다.
350여개의 여성·노동계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이 주최하는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가 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는 미투시민행동이 주최하는 6번째 집회이자 2018년 마지막 집회다.
이날 집회에 모인 500여명(주최쪽 추산)의 참가자들은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 “미투법안, 미투예산’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학교내 성폭력·직장내 성폭력·일터 성차별 등 다양한 성평등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사회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첫번째 끝장집회는 얼마나 계속될지 몰라 ‘첫번째’라는 말도 못 붙였는데 벌써 날씨가 추워져 여섯번째 집회를 열었다”면서 “지난 1년간 직장과 사회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여전히 미투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성차별·성폭력 문제가 끝장날 때까지 미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순 미투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성평등을 국가 정책 전반에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선언적 외침이 아니라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면서 “150∼160개의 미투 법안이 쏟아졌지만 통과된 것이 몇개인가. 우리도 추운 길거리를 벗어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이 주최하는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성폭력과 성차별등을 규탄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날 집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 당사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테니스부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성폭력 피해자의 증언이 대독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증언에서 “당시 운동부 아이들은 코치의 욕설에 길들여져 있었다. 무자비한 폭력이 일상이 된 후 코치는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며 “지난 3월 미투에 용기를 내 경찰서에 직접 찾아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못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말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 운영위원은 “그동안 여성을 위한 학교도, 학생을 위한 학교도 없었다”며 “스쿨미투 250일이 다 되어가지만 정부는 일부 가해자만 징계할 뿐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발자들은 징계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직접 집회에 나와 발언했다. 3년 전 가정폭력을 당한 뒤 이혼 후에도 폭력과 욕설을 겪었다는 ㄱ씨는 경찰이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가정폭력을 신고한 후 출동한 경찰이 ‘아줌마 좀 제대로 사세요. 저희도 바빠요’라고 말하며 돌아갔다”면서 “전 남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가벼운 판결을 받았다. 검찰과 경찰은 왜 가해자 말만 믿는가”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청소년들도 10여명 참석해 ‘여성 인권이 곧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트랜스젠더인 고등학생 김정재현(16)씨는 ”여성인권이 신장되어야 성소수자 인권도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집회에 나오게 됐다”면서 “미투집회면 계속 참석해왔다. 상식적으로 성폭력은 안 하는 게 당연한데, 이 당연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집회까지 열어야 한다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전광준 임재우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