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법원이 철통 보안을 지키고 있는 ‘법관징계위원회’(징계위) 위원 7명 가운데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이 양승태 대법원장 때 임명 또는 위촉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위원 중 대법관 1명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서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법농단 관련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징계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28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 산하 법관징계위원회는 박정화(53·사법연수원 20기)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노정희(55·19기) 대법관, 최완주(60·13기) 서울고등법원장, 성낙송(60·14기) 사법연수원장, 최봉철(60) 성균관대 법대 교수를 비롯해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변호사 1명, 미디어 전공 대학교수 1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몇 사람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기소)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 임기(3년)는 내년 1월까지다. 대법원은 “법원 안팎의 청탁 가능성 배제”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 명단을 철저히 보안에 붙여왔다.
징계위 구성을 잘 아는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노정희 대법관을 제외한 6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계위원) 임명장이나 위촉장을 받았다”며 “위원장은 원래 고영한 전 대법관이었는데 퇴임을 앞두고 신임 박정화 대법관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법관은 양 전 원장의 퇴임 직전인 지난해 7월 대법관이 됐다.
노정희 대법관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노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논란이 불거진 옛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장일 때 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을 건네받아 판결 전에 검토한 것으로 나온다. 검찰은 노 대법관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일부에선 징계위원들의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위원장 포함 7명 중 6명을 ‘양승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엄정한 징계 결정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 대법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돼 있다면 이 역시 적격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징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1월 징계위원 임기가 끝난 뒤 새 징계위원 선임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 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과 무관한 인사들로 징계위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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