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탄핵 결의’ 반대 판사들도 “사법농단은 중대한 헌법 위반”

등록 2018-11-28 18:20수정 2018-11-28 20:38

법관 105명, 자유롭게 찬반토론
“특정 모임 주도” 보수 주장과 달라
‘삼권분립 침해’ ‘사실관계 미확정’ 등
주요 쟁점에서 양쪽 견해 맞섰지만
‘헌법 위반’ ‘탄핵사유’ 대부분 동의
19일 낮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참석 판사들이 쉬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등 안건을 논의한다. 고양/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9일 낮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참석 판사들이 쉬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등 안건을 논의한다. 고양/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관여 판사들의 행위가 “탄핵소추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데 뜻을 모은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 과정이 공개됐다. 28일 <한겨레>가 법관회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회의록을 보니, 보수세력이 ‘특정 모임이 주도하는 법관회의 자체가 해산시켜야 할 탄핵 대상’이라고 공세를 퍼붓는 것과 달리, 참석 법관들은 3시간여에 걸쳐 36건의 찬반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했다. ‘한표 차이 가결’(105명 중 53명)을 트집 잡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시 ‘탄핵소추 검토’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한 일부 법관도 “위헌적 행위”라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 삼권분립 침해 vs 국회는 의견수렴 기관

“탄핵소추는 입법부의 권한이다. 간접적인 의견제시 형태로 강요하거나 사법부 의견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삼권분립이기 때문에 우리는 촉구를 하는 것이다. 국회나 헌재가 각자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내리면 된다”.

당시 주로 나온 반대 의견은 법관회의가 탄핵을 언급하는 것이 ‘국회 권한 침해’라는 것이다. “탄핵사유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없는 우리가 국회에 요구할 수 있나”라는 ‘권한’의 문제부터 “정치적 논쟁 관여” “국회에 던지는 백지수표” 등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반대 논리가 등장했다.

반면 대의기구인 국회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며, 법관 사회 전체가 검찰 수사까지 이르게 된 사상 초유 사법불신 사태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맞섰다. “삼권분립과 관련해, 국회가 어떠한 의견도 들으면 안 되거나 어떠한 촉구도 있으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거나, “지금의 여론이 탄핵에 이르렀다면 그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법부 재건의 길을 택하겠다는 자기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 사실관계 미확정 vs 탄핵은 형사사건 아냐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헌법 위반 행위라고 선언하는 것은 섣부르다”,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는 헌법수호 관점에서 시급하고 중요할 때 해야 하는데, 밝혀진 것만으로는 판단하기에 조금 부족하다”.

이처럼 형사재판이 끝나지 않아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반대 의견에 ‘이보다 어떤 사실이 더 필요하냐’는 반론들이 맞섰다. “국정농단 사건은 언론보도부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불과 50일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내부 진상조사를 3차에 걸쳐 1년6개월 동안 했고, 6개월간 검찰 조사도 했다. 국민은 ‘도대체 어디까지 사실을 확인해야 하느냐’고 물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 윗분은 이미 나가 vs 시켜서 했다고 면책 안 돼

“핵심 관련자들은 이미 법원에 없고 남아 있는 사람은 관여 정도가 낮다.” 사법농단 ‘주역’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이미 퇴임한 상황에서 실제 탄핵 대상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동료 법관에 그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시켜서 했다고 면죄부가 될 수 없고, 누구를 탄핵소추할지는 국회가 정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특히 “남아 있는 법관들에 대한 판단을 통해 이미 나간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헌법적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탄핵 절차는 현직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예상되는 전직 최고 법관들은 ‘헌법적 판단’이 봉쇄된 상황이다. 이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 법관들을 탄핵 절차에 올려 ‘대법원장, 대법관, 일선 법관의 이러이러한 행위는 헌법적으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헌법적 판단을 사법부 역사에 분명히 남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탄핵 반대 많았다는 법원도 “위헌은 맞아”

“저희 법원은 의견수렴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다.” 소속 법원의 논의 결과를 전한 한 법관대표는, 그러나 “반대 이유는 국회에서 판단해야 할 것을 사법부가 요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고위 법관의 행동이 헌법 위반이 아니라거나, 사실관계를 더 따져 봐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법관대표도 “언론보도 중 5%만 사실이어도 헌법 위반이고 탄핵소추 대상이라는 것에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법원)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가 아니라 법원 내부 일에 외부가 개입해서 그다지 좋은 결과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나온 일부 반대 의견의 내용이 보수세력의 주장처럼 ‘탄핵 사유 자체가 안 된다’는 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당시 회의에서 찬성 의견 쪽 법관대표는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 독립 침해 사태 때 헌법적, 법률적 판단과 책임 조치를 하지 못해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으면 10~20년 후 이 사안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두렵다”고 설득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