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7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한다. 당시 외압으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혀왔던 김용원 변호사도 현장에 나와 검찰의 잘못을 지적할 예정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30명의 피해 생존자들이 문 총장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문 총장의 사과를 받을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1986년 사건이 불거졌을 때 수사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와 검찰 과거사 위원회 진상조사단으로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동석해 과거 검찰의 과오를 지적하고 조사 과정에서 새로 밝혀낸 사실도 짚어낼 예정이다. 문 총장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해자들이 노숙농성 중이었던 국회 앞 농성장은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선 대책위 대표는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문 총장을 만나) 불신을 자초했던 검찰의 개혁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문 총장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은 사과문의 형식이나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3000여명의 피해자를 낳은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이다. 1975년 박정희 정권은 도시 정화를 이유로 거리의 ‘부랑자’를 잡아들일 수 있는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제정했다. 훈령에 따라 그들을 형제복지원에 수용했고 그곳에서는 구타, 감금, 학대, 성폭행, 강제노역, 살인 등이 일어났다.
1986년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의 검사가 박인근 원장에 대해 수사를 시작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정권과 검찰 수뇌부의 외압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부실한 수사 결과 1989년 대법원은 박 원장에게 특수감금죄에 대해 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 29년 만인 지난 20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신청하면서 재심을 받을 길이 열렸다.
비상상고는 형사소송법 441조에 따라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예외적으로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비상상고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원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다만 그 효력은 이미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대책위 쪽은 비상상고 신청으로 이미 국가의 책임이 인정됐다며, 이제는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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