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위원회)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재심에 무조건 불복하는 검찰 조직의 관행을 없애기 위한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법무부는 2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사 및 검찰 과거사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정권의 부당한 압력이 검찰총장의 지시사항으로 전달됐고 그에 따라 초동수사 방향이 정해지면서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했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기훈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를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재심개시가 결정된 사건의 경우 그에 대해 기계적으로 불복하고 과거의 공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재심절차에 임하는 관행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 결정이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8일 자정 서강대학교 본관 옥상에서 분신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강기훈씨가 대필해 김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강씨를 기소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 사건이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과 함께 재심을 권고했고 서울고법 재심 재판에서 자살방조의 점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2015년 5월14일 무죄가 확정됐다.
위원회는 △사건 초기 분신 배후 색출이라는 수사 가이드라인 지정 △관할이 아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이 배당 △유서의 필적과 김씨의 필적이 동일한지 감정회보가 도착하기 전 강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사실 등 청와대와 검찰 상부의 지시와 압력이 존재했다고 확인했다. 또 △김씨의 또 다른 필적자료, 유서 구절이 적힌 김씨의 책 등 강씨에게 유리한 증거 은폐 △유력 증거인 전민련 업무일지 작성자가 여러 명임이 드러났음에도 수사를 진행한 점 △국과수 감정의 비전문성 △비공식적 국과수 감정을 언론에 공표해 이후 감정에 영향을 미친 행위 등을 지적했다. 또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의 강압적 수사 △기소 전 수사 상황을 언론에 알린 피의사실 공표 △재심 결정 후 과거 수사 관행을 반복하며 강씨를 매도한 행위 등 검찰의 과오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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