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며칠째 ‘문제를 위한 문제’로 회자돼
어려운 개념이 문제 아닌 난삽한 지문 등이 난도 키워
어려운 개념이 문제 아닌 난삽한 지문 등이 난도 키워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밀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 … 그 구와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수능은 끝났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끝없다. 암호문 같은 제시문을 읽고 해답을 찾아야 하는 수능 국어 31번 문제를 풀어본 이들의 반응은 몇번을 되풀이해 읽어도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부터 파악하기 어렵단 것이다. 이 문제를 누리집 등에 제시하고 ‘물리가 아니라 국어’라는 반전 해설을 붙이면, ‘5줄 읽고 포기’라는 댓글이 달리고, 제시문 처음에 제시된 ‘A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렇게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겪었을 상황을 체험하며 ‘31번 문제의 문제’를 다룬 글이 넘쳐난다.
신종찬 휘문고 교사는 “일선 교사들마저도 지문을 읽고 화를 낼 정도였다”고 전했다. 신 교사는 “평소 점수가 높은 학생들도 31번 문제 같은 경우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워 세번까지 읽어야 했고, 그 뒷문제들을 푸는 데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며 “아무리 변별력을 갖출 필요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질점’ ‘만유인력’ ‘구 대칭인 구’ 같은 용어를 알아도, 3단계에 걸친 제시문의 유기성을 이해하기 힘들었단 것이다.
‘역대급 난이도’ 경신 목적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렇게 어려워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비판이 나온다. ‘누구를 위한 공부이고 누구를 위한 수능인가.’ ‘수능 안 본 게 다행….’ ‘국어라는데 외계어처럼 보인다.’ 이처럼 이 문제를 보고 역설적으로 평소 무심했던 수험생의 고충을 절절하게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있다. 31번 문제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교육의 문제점을 상징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신윤동욱 양선아 기자 s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