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새벽 경남 거제에서 일어난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의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혔다. 왼쪽부터 피의자 박씨가 피해자 윤씨에게 발길질을 하는 장면, 윤씨가 꿇어앉아 살려달라고 비는 장면, 박씨가 정신을 잃은 윤씨를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다. 경남경찰청 제공
지난달 4일 새벽 경남 거제에서 술 취한 박아무개(20)씨가 윤아무개(58·여)씨의 얼굴 등을 20여분간 손발로 마구 폭행했습니다. 지나가던 주민 권아무개(23)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윤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윤씨는 이날 아침 8시20분께 뇌출혈과 턱뼈 등 다발성 골절로 숨졌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피의자를 주취 감형 없이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올라왔고, 6일 현재 34만명이 동의를 표했습니다.
이 사건 첫 재판은 이달 29일 열립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박씨가 왜 일면식도 없는 윤씨를 다짜고짜 때렸는지 범행 동기가 미궁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술마시면 폭력성향이 자주 드러나고, 술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 빼고는 특별한 게 없다. 정신감정을 할 수준은 아니고 멀쩡한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씨에겐 폭력 전과는 물론 아무 전과도 없었습니다.
박씨는 수사 과정 내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들른) 노래방 술값도 본인이 계산했다. CCTV에 나타나는 걸어오는 장면, 헤어진 사람들에게 한 말, 범행 현장에서의 행동 등을 보면 음주로 인해 사리분별이 안 될 정도가 아니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신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범행 후 박씨의 행동도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습니다. 박씨는 파출소에 붙잡혀온 뒤 피해자의 피가 잔뜩 묻은 신발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파출소 화장실에 들어가 신발을 빨았다고 합니다.
범행 중에도 박씨는 피해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하의를 벗겨 몸을 살펴보는 행동을 했습니다. 그는 범행 이틀 전 네이버 지식인에 ’사람이 죽으면’이라고 검색을 했는데, ’동공이 풀어진다’, ’대소변을 본다’ 등이 나왔다고 합니다. 박씨가 검색 결과에서 본 내용을 확인해보려고 한 게 아닌지 검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수사 받는 동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박씨는 5일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보시죠.
기획·취재: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연출: 위준영 marco042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