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지난 8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편파수사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불법 촬영물을 유포·방조한 웹하드 업체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신속히 수사에 나선 것은 편파적인 처사라며 공정한 수사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몰카’(몰래카메라) 동영상 등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된 모바일 웹하드에 대해 정부가 2016년부터 규제가 가능했지만 저작권법에만 신경 쓰다가 규제 회피를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웹하드에서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한 내려받기(다운로드) 서비스보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에 접근하기가 더 쉽다.
웹하드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불법 콘텐츠 전송을 차단하는 ‘필터링’ 기술을 갖춰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정부는 2016년 모바일 웹하드에도 이를 적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28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미래창조과학부(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별도 요청이 있을 때까지 모바일 웹하드서비스 업체 등록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웹하드 사업자들이 “컴퓨터에 올라간 파일을 변환해 모바일에 제공하는 것은 ‘필터링 의무’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의 문제”라고 반발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 부처여서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모바일 웹하드는 ‘필터링’의 예외 공간으로 남았다. ‘국노(국산 노출)’ 등으로 검색되는 동영상의 상당수가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범죄 영상물인데, 컴퓨터 기반 웹하드에서 제대로 필터링이 되지 않은 채 모바일 웹하드로 옮겨와 실시간 재생서비스로 제공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웹하드 사업자(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음란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필터링 등)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자’는 저작권법에서 규정되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를 통해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범위를 정한다. 여기서 모바일 웹하드 사업자는 예외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의 방조자를 넘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웹하드 업체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필터링 실태를 점검 중이지만, 2016년 업체 3곳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웹하드 사업자 ‘위드디스크’가 필터링 조치를 해제한 것을 확인하고 과태료 105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위드디스크의 등록 취소를 건의하기로 했다.
서랑 한국성폭력사이버대응센터 대표는 “웹하드 업체에 성범죄 피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도 해당 게시물만 삭제하고 다시 올라오는 동영상에 대한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모바일 웹하드는 청소년들이 훨씬 접근하기 쉬운 데도 필터링 등 관리감독 시스템이 아예 부재하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권미혁 의원은 “2016년 당시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정부가 감시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면서 “성범죄 피해 촬영물이 규제가 약한 모바일에서 더 많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모바일 웹하드에 대한 감시·감독과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저작권법 적용을 우선하다보니 2016년 당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까지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웹하드 사업자가 모바일을 통해 동영상을 복제하여 전송하는 서비스도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에 해당하므로 등록 연기 요청을 해제한다는 공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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