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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친구, 난민 인정받기까지…” 중학교 학생회 입장문 화제

등록 2018-10-20 12:53수정 2018-10-20 15:25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란 학생의 난민 인정 축하하는 친구들 입장문
“친구의 사례는 빛을 찾는 사람들의 의지할 희망
우린 잊히고, 불안한 삶 살아가는 많은 이 기억해야”
개종에 따른 박해 가능성을 우려해 난민 신청을 한 이란 출신 한 학생(모자 쓴 이)이 1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 ‘난민인증증명서’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개종에 따른 박해 가능성을 우려해 난민 신청을 한 이란 출신 한 학생(모자 쓴 이)이 19일 오후 법무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 ‘난민인증증명서’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란 친구의 난민 인정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입장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ㅇ중학교 학생회는 지난 19일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란 친구의 난민 인정을 환영하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같은 날 법무부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난민 신청자 ㄱ군이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이 낸 입장문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우리는 우리의 친구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한다”며 “이란 친구뿐 아니라 그를 돕는 우리 학생들 모두 같은 이유로 잊혀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다만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ㄱ군의 난민 인정은) 이제 시작인 난민인권운동의 작은 이정표인 탓에, 팍팍하고 각박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위대한 첫 발자국인 탓에, 여전히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희망의 한 사례가 되는 탓에”라는 이유를 밝히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련의 과정은 기억되어야 한다”고 했다.

2003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ㄱ군은 2010년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왔다. ㄱ군은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며 천주교로 개종한 탓에 이란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게 됐고, 이후 2016년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ㄱ군의 친구들은 지난 7월 “친구가 공정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을 하는가 하면, 지난 7월19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ㄱ군이 난민 지위 인정 재신청서를 내는 현장에 함께 동행해 친구를 응원했다. 지난 5일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이란 출신 학생의 난민 인정) 결정을 계기로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밝히며 송파구 ㅇ중학교 학생회의 입장문을 함께 첨부했다. 조 교육감은 “기쁜 마음에 더 많은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가장 마음 고생이 많았을 같은 학교 친구들의 입장문으로 제 얘기를 대신한다”고 했다.

아래는 ㅇ중학교 학생회 입장문 전문.

[ㅇ중학교 학생회 입장문]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란 친구의 난민 인정을 환영하며

상상해봤으면 합니다. 당신이 태아이고 어머니의 국적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머니는 한국인일 수도 있고 미국인일 수도 있지만 시리아인이거나 예멘인, 이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난민에 대해 반대하며 추방하자고 말 할까요?

다행히 운 좋게도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도 없고, 정치적·종교적 자유도 억압되지 않는 나라인 대한민국에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난민은 내 문제가 아니라 너희 문제이니 우리 집을 더럽히지 말라’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우리의 친구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 이란 친구뿐 아니라 그를 돕는 우리 학생들 모두 같은 이유로 잊혀지기를 원합니다. 다만,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과정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이제 시작인 난민인권운동의 작은 이정표인 탓에, 팍팍하고 각박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위대한 첫 발자국인 탓에, 여전히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있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의지할 희망의 한 사례가 되는 탓에.

우리 친구가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와주셨고 우리와 함께 동행하며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7만 교사와 수십만 학생의 수장으로서 우리의 든든한 의지처가 되어주셨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님. 수많은 사람을 만나 우리의 사정을 전해주셨습니다. 행동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참 성직자가 무엇인지 몸으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이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전향적인 난민 인정 결정을 내린 서울출입국청심사관님께도 경의를 표합니다. 이번 결정이 출입국청이 난민 감별사가 아니라 난민 인권의 파수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친구가 의지하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2018.10.19.

ㅇ중학교 학생회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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