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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종헌 조사 직후 “밤샘수사 통제” 주문한 고위법관

등록 2018-10-17 14:37수정 2018-10-17 17:36

‘사법농단’ 몸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틀 연속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이른바 ‘밤샘수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농단 수사를 겨냥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른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오전 7시께 자신의 페이스북과 법원 내부전산망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 부장판사는 “중범죄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 관행을 보면 수시로 통밤을 넘겨 새벽이나 그 다음날 동이 트고 나서 수사기관에서 나오는 피의자 모습을 흔히 본다”며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이 과연 근대 이전의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관행이 비록 당사자나 변호인의 자발적 동의가 있다 해도 위법이라고 외칠 때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밤샘수사를 통해 작성된 조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말자고 동료 법관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이런 조서의 증거능력 배척하면 (밤샘수사를) 단박에 고칠 수 있고 형사재판 법관 한명의 결단만 남았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눈밝고 소신 있는 법관 한 명이 피의자 신문조서가 밤샘수사 결과물이라 증명력 없다고 무죄 선고하면 그 다음날부터 한국 수사 관행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임종헌 전 차장이 지난 15일 검찰에 출석해 다음날 새벽 5시께 귀가한 직후 작성됐다. 사실상 사법농단 수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강 부장판사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혹자는 판사들이 당하니 이제 나선다고 비판한다”면서도 “(밤샘수사 문제는) 종전부터 일관되게 주장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의자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가 일부 담겨있지만, 법원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법농단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인 때 ‘밤샘수사’ 문제를 꺼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제안 시기가 공교롭게도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특히 장기간의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맞물린다”며 “마치 판사들에게 특정 재판에 대한 수사 통제를 엄격히 하라는 뜻으로 오해할까 봐 우려된다”는 내용의 답글을 달았다. 또다른 댓글도 “높으신 선배 진작 그 눈 밝고 소신 있는 법관 한 명이 되어 몸소 실천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의 포털사이트 익명 카페에서도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식 자체는 의미 있다”는 글도 있었지만, “염치가 있으면 최소한 판사들은 자신들이 시민들에게 해왔던 꼭 그대로의 재판 관행대로 사법농단 재판하고 그 후에는 수사통제 좀 했으면 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고압적인 태도가 실망스럽다. 당신이 형사재판장 할 때 왜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 내지 변명은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으시다가 2017년 초 국정농단 수사 시작 때부터 언급하기 시작한 수사통제 주장, 몰염치의 극치다” 등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

강 부장판사는 또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런 비판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17일 ‘기가 막힌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네이버 뉴스창 댓글을 보면 가관이다. 우리 사회에 일정한 비율의 화병 대중이 상존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누리꾼 반응을 ‘니네 식구가 잡혀 가니 진즉 주장하지 왜 그러냐식 조롱’, ‘왜 법원의 밤샘재판을 그대로 두냐는 조롱’으로 정리한뒤 “(밤샘수사 문제는) 종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밤샘재판도 (이전 글에서) 대등한 분량으로 이미 다뤘는데 기사가 생략했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과 용산고 동문이다. 2015~16년 장충기 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삼성전자 휴대전화 제품을 칭찬하고, 대법관 예비후보였던 자신이 탈락한 뒤 소회를 밝히며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입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친동생 인사문제를 장충기 사장이 해결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항소심이 강 부장판사 재판부에 배당되자,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지난 3월 법원에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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