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서울 인강학교를 찾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간담회를 갖던 한 학부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장애학생 폭행 사건으로 교육부가 특수학교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지 이틀 만에 서울 교남학교에서도 교사 10여명이 학생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수학교라는 ‘폐쇄적 구조’가 폭력을 키우고 있어 장기적으로 특수학교를 없애고 통합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강학교와 교남학교 사건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회복무요원은 학교에 제출한 진술서에 “담임교사가 한 것을 따라 했을 뿐 학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적었다. 교남학교는 10여명의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걸 보고도 방조했다. 훈육으로 포장된 폭력이 만연했지만 두 학교 모두 지난 7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벌인 ‘전국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무사통과 했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관계자는 “6천여명의 교사 설문조사 때 동료 교사에 대한 제보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학교가 ‘사립’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공립학교는 교사가 5년마다 순환 배치되지만, 사립은 교사가 수십 년 한 학교에 머문다. 동료 교사의 비위를 제보하기 어렵고, 다른 교사들과 교류가 단절되다 보니 변화에도 둔감하다. 학부모들이 공립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폐쇄적 분위기는 가해자 몇 명을 징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교사들이 견제받고 평가받을 수 있게 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특수학교의 52.5%가 사립이다.
인강학원 재단도 일부 교사의 자질 문제를 인정했다. 내부 조사 결과, 한 장기교사가 학생을 “장애아”라고 부르고, 학부모에게 “힘든 아이들을 봐주면 고마운 줄 알라”고 말한 사실 등도 확인됐다. 일부 교사는 70~80년대 행동수정기법인 ‘타임아웃’을 사용했다. 타임아웃은 학생이 과잉행동을 하면 가두거나 못 움직이게 하는 기법으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이 과잉행동을 하면 타임아웃실이 아니라 심리안정실로 이동해야 한다”며 “불빛이 잔잔하고 벽면이 스펀지로 된 방으로 그곳에서 학생이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 힘으로 제압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수학교가 장애인을 사회에서 배제·분리하는 제도여서 장기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준민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아무리 철저히 감시해도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100% 알 수는 없다”며 “배제의 상징인 특수학교를 20여곳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목표도 통합교육인데, 과도기 단계에서 학부모의 선택권을 위해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현재 장애학생의 71%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