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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근로시간 단축, 생존권 위협” 침대에 누워 거리나선 장애인들

등록 2018-10-10 16:56수정 2018-10-10 21:48

근육장애인연대, 침대·휠체어 의지해 청와대까지 행진
“활동지원사 특례업종에서 빠지며 홀로 방치돼 생명 위협”
지난 4월 활동지원사 퇴근하자 호흡기 빠져 사망한 사건도
고위험 희귀난치 근육장애인생존권 보장연대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과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특종업종 지정'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위험 희귀난치 근육장애인생존권 보장연대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지원'과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특종업종 지정'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달라.”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은 ‘죽고싶다’는 절규로 터져나왔다. 침대와 휠체어에 의지한 장애인들의 ‘소리없는 외침’은 되레 더 큰 목소리였다.

고위험희귀난치근육장애인생존권보장연대(근육장애인연대)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침대에서 부르짖는 절박한 외침(‘shouting on the bed’)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의무 휴게시간 보장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고위험 희귀난치 장애인들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근육장애인 30여명은 이날 침대에 눕거나 휠체어를 타고 대한문 앞에서 모여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오후 4시께 기온이 14도까지 떨어지고 바람까지 불어 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인공호흡기와 링거를 꽂은채 거리로 나선 근육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자신들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담은 근로기준법이 지난 7월 개정되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됐다. 4시간 근무시 30분, 8시간 근무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의무적으로 부여된 셈이다. 장애인 단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활동지원사의 도움없이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에 대한 정부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배현우 근육장애인연대 위원장은 “활동지원사들에게 휴게시간이 강제적으로 부여되면서 고위험 호흡기 근육장애인들은 홀로 방치된 채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됐다”며 “보건복지부는 고위험 중증장애인 800여명에 한해 휴게시간 동안 가족이나 다른 활동지원사들에게 대체근무를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희귀질환 대상자 1812명 중 1649명(93.7%)이 근육장애인이다.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는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등의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이가 상당수다. 실제 지난해 4월엔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사이 근육장애인의 호흡기 호스가 빠져, 마찬가지로 근육장애인인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 사건도 있었다. 배 위원장은 “매년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소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지고 있다”며 “이번 특례업종 제외로 근육장애인들은 더 큰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김포에서 집회에 참석한 근육장애인 최용호(25)씨도 “점점 숨을 쉬는 게 힘들어지면서 호스가 빠져 돌아가신 분들의 고통을 생각하게 되는데 너무 두렵다”며 “최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24시간 활동지원과 확대를 통해 중증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엔 활동지원사들도 참석해 침대를 끌거나 휠체어를 밀었다. 6년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30분은커녕 잠시라도 장애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며 “휴게시간 30분은 결코 쉴 수 없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활동지원사로서 장애인들의 생존권에 공감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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