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집사·금고지기 등 최측근들 진술이 결정타
‘다스 증자’ 도곡동 땅 매각금도 MB 소유로 결론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은 이건희 특별사면과 연관
“인사청탁·뇌물 줬는데…” 이팔성 비망록도 인정
국정원 특활비 중 원세훈 10만달러만 뇌물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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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횡령·뇌물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데는, 1심 재판부가 이 사건의 ‘대전제’가 되는 다스 실소유자 논란을 ‘이명박 소유’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다스는 엠비(MB)의 큰형과 처남이 설립했다’며 제시한 수십 가지 주장을 사실상 모두 배척했다. 이 전 대통령 쪽으로선 사실상 ‘완패’를 당한 것이어서 항소심 전략 세우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 최측근들 “다스는 MB의 것” 결정적 다스 실소유자 논란을 끝낸 ‘스모킹 건’은 ‘40년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금고지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 ‘현대건설 출신 심복’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의 진술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5일 이 전 대통령 최측근과 친인척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이들의 진술, 관리하던 장부,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문서, 도곡동 땅 매각대금 계좌 내역 등에 의해 다스 실소유자가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김성우 등을 기소하지 않는 대가로 불리한 진술을 이끌어냈다’, ‘김백준 등을 가혹 조사했다’, ‘검찰이 유도 질문을 했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변호인 쪽 주장을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다스 설립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스 지분은 큰형(47%), 처남 쪽(22%), 청계재단(5%) 등이 보유하고 있다. 정작 이 전 대통령 지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0년 다스에 입사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에 주목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큰형에게 알리지도 않고 큰형 지분을 아들에게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처남이 사망하자 그가 갖고 있던 지분을 청계재단에 마음대로 이전한 것도 다스 실소유주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다스 지분의 처분권과 수익권 모두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2010년 사망)씨 명의로 된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도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결론 냈다. 매각대금 일부는 다스 유상증자에 쓰였다. 재판부는 “이병모가 매각대금 계좌를 관리하고 피고인에게 보고한 점, 처남 김재정이 이 계좌의 돈으로 투자하다가 손실을 보자 ‘피고인에게 들킬까 봐’ 걱정했다는 점, 이상은이 매각대금을 사용한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이 이 계좌에서 60억원가량을 사저 건설비용 등으로 사용한 점” 등을 ‘도곡당 땅=이명박 소유’의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다스의 법인세 포탈 혐의는 “회수한 직원의 횡령금을 숨기기 위해 비용을 허위·과다 계상했다고 해서 법인세가 탈루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공소기각했다. 다스 돈으로 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직원 급여를 지급했거나 개인 승용차를 구입한 혐의 등은 공소시효가 끝나 면소 판단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공무원에게 다스 미국 소송 지원과 처남의 차명재산 상속 문제를 검토하게 한 것도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 ‘이학수 자수서’ ‘이팔성 비망록’ 인정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111억원의 뇌물 혐의 중 삼성 뇌물을 포함해 86억여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했으니,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이 내준 것도 고스란히 뇌물이 됐다. 재판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받은 일부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통령 취임 뒤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로부터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의 자금지원 의사를 전달받은 시점(2008년 4월) 이후에 받은 돈 61억여원은 “삼성 비자금 특검 관련 현안, 금산분리 완화 입법,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과 연관돼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엠비가 원망스럽다”고 적어 화제를 모았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인사청탁하고 뇌물을 줬는데 인사가 결정되지 않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이 기재됐는데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 선거 한참 전에 받은 돈이나 일부 양복 등은 무죄로 봐 19억여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김소남 전 국회의원에게서 받은 4억원도 “피고인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모두 인정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에이비시(ABC)상사 회장, 능인선원으로부터 받은 10억여원은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구체적인 부탁이나 청탁, 이 전 대통령의 개입 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가정보원장에게서 받은 돈 중에는 2011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서 직접 받았는데 용도를 이 전 대통령이 소명하지 못한 10만달러(1억500만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받은 4억원과 2010년 원 전 원장에게서 받은 2억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교부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 예산으로 지원된 것이므로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국고손실은 인정됐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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