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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 다스와의 수상한 관계 33년

등록 2018-10-05 10:34수정 2018-10-05 21:00

뇌물수수·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명박 전 대통령. <한겨레>자료사진
뇌물수수·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명박 전 대통령. <한겨레>자료사진
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수십년간 지속돼 온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동차 시트 제조업체 ㈜다스의 ‘수상한 관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다스 관련 의혹이 처음 조명을 받게 된 건 22년 전 15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스 지분이 한 주도 없던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자금·인력을 제 것처럼 마음껏 가져다 쓰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다스=이명박 것’이라고 전제하면 여러 차례 수사에도 풀리지 않던 ‘난제’들의 실마리가 잡힌다.

그간 제기된 의혹들에 ‘다스=이명박 것’ 대입하면 ‘아…’

초선 의원(전국구)이었던 이 전 대통령은 1996년 4월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다른 후보들을 재치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기쁨도 잠시, 다섯달 뒤 그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씨가 ‘여론조사 비용 등 선거자금이 대부기공㈜(2003년 ㈜다스로 사명 변경) 자금에서 나왔고, 당시 대부기공㈜ 과장 정경윤씨가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에 비밀사무실을 마련해 직접 실질적인 선거자금관리를 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을 폭로했다. 이 일로 이 전 대통령은 기소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400만원이 확정(1999년 4월)됐다.

의혹은 계속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정씨는 물론이고 당시 대부기공㈜ 대표이사였던 큰형 이상은씨까지 나서 “피고인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정씨를 시켜 그 비용을 대부기공㈜에서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이 전 대통령을 감싼 것이다.

2002년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 과정에서도 ㈜다스의 조력이 주목받았다. 대부기공㈜ 아산공장 관리팀장이었던 신학수(이후 청와대 민정1비서관)씨가 그해 2월 선거운동원들을 동원해 불법유인물(이 전 대통령이 쓴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을 배포하는 등 사전선거법을 위반한 일과 관련, 이 전 대통령은 또다시 재판에 넘겨진다. 서울시장 출마 기자간담회, 이명박 개인 홈페이지 관리, 선거사무실 임대차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지만 월급은 대부기공㈜에서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대부기공㈜ 관계자들의 미리 짠 듯한 진술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1996년 총선 때부터 다스 회삿돈 ‘제 것처럼’ 선거비용으로

㈜다스 의혹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건 이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을 때다. 유력 후보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다스 설립의 밑천이 된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류상으로 보면 처남 김재정(2010년 사망)씨와 큰형 이상은씨는 1985년 15억여원을 모아서 도곡동 땅 1000여평을 이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하던 당시 현대건설 등한테 샀다가 10년 뒤인 1995년 포스코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 16살 차이가 나는 사돈 관계인 두 사람이 1987년에 ㈜다스를 함께 설립한 일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부품회사 설립을 권했다는 증언이 나온 상태였고, 더욱이 땅 매각대금 중 일부가 ㈜다스로 흘러간 점 등으로 인해 도곡동 땅이 원래 ‘이명박 소유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여기에 ㈜다스가 2000년 3∼12월 모두 190억원을 이 전 대통령이 재미교포 김경준씨와 함께 대표를 맡았던 투자자문회사 비비케이(BBK)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7년 대선 경선·본선 과정에서 큰 논란이 됐다. 역시 ‘이명박’의 존재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당시 후보는 2007년 8월 열린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뭐 비비케이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차피 당선될 이명박을 확실히 밀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검찰도 선거 직전 “도곡동 땅도, ㈜다스도 이명박 소유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그를 거들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땐 도곡동 땅 의혹 등에 “새빨간 거짓말”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자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출범해 약 40일간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의혹 등을 재수사해, 또다시 모든 관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도곡동 땅은 김재정·이상은 공동 소유”이며 “다스 주식을 이명박이 차명 소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 특검은 피의자인 이명박 당시 당선자와 꼬리곰탕을 먹으며 2시간가량 조사했다고 밝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2012년에 구성된 내곡동 사저 특검(이광범) 때도 ㈜다스가 언급된다. 내곡동 사저 의혹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 뒤에 거주할 목적으로 2011년 초 서울 내곡동의 땅을 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 땅을 아들 이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나눠 샀다. 그런데 당시 아무런 재산이 없던 이시형씨는 부담한 돈 12억원 가운데 6억원을 “큰아버지(이상은)한테 빌렸다”고 답했다. ‘도대체 무슨 관계이길래….’ 당시에도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차명 보유한 회사이며, 6억원은 ㈜다스의 비자금일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이광범 특검도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20여년 이어져 온 이런 ‘합리적 의심’들은 수차례 검찰·특검 수사로도 전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아 올 초 재수사를 촉발시켰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핵심 측근들이 그간의 진술을 180도 바꾸기 시작했다. 또 검찰은 이 전 대통령 비리의 ‘저수지’로 판단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대통령 재직 때 청와대가 ㈜다스와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들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 의지가 달랐다. 검찰은 과거 스스로의 수사결과를 뒤집어 ‘㈜다스=이명박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 올 초 과거 무혐의 뒤집어 “다스, 33년 전 설립 때부터 MB 소유”

검찰 수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관계는 33년 전에 시작된다. 1985년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사장에게 지시해 ㈜다스 설립을 지시했고 이후 창업 자금 3억9600만원도 이 전 대통령이 100% 부담했다고 한다. 1987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다스 결산 내역, 자금 운용 등 전반적인 상황뿐 아니라 대규모 설비투자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고 처리 방향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특히 아들 이시형씨가 다스에 입사(2010년 8월)한 이듬해인 2011년 1~2월부터는 대표이사 결재 전에 △해외 법인에 관한 모든 사항의 중간 결재 △1000만원 이상 비용 결재 때 시형씨와 합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후계구도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또 1996년, 2002년, 2007년 ㈜다스 관련 논란이 있을 때마다 관련자들에게 거짓증언을 종용하는 등 입막음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다스, MB 실소유’ 밝혀졌다면 서울시장도 대통령도 “당선무효”

㈜다스를 소유하고서도 서울시장 때 ㈜다스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고, 대통령 후보로 ㈜다스 주식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모두 공직자윤리법위반죄에 해당한다. 또 당선될 목적으로 재산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이렇게 썼다. “피고인을 피고로 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그 판결 확정 시 당선무효가 될 수 있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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