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재정정보시스템 접속 및 열람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쪽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해 재정분석시스템(OLAP·올랩)에서 190차례 내려받은 ‘비인가 행정정보’가 애초 알려진 48만건보다 갑절 넘게 많은 100만여건으로 확인된 가운데, ‘감사관실용’ 문패가 달린 폴더에서만 130차례 가까이 집중적으로 내려받기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와 심 의원의 맞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 부분이 심 의원 쪽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주요 단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불법 여부와 별개로 수사 과정에서 정부 예산회계시스템의 취약성도 함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심 의원실이 지난달 5~12일 비인가 행정정보를 내려받을 때 37개 정부 부처의 감사관실 자료를 모두 볼 수 있는 ‘감사관실용’ 폴더에 130차례 가까이 집중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심 의원실이 공개한 청와대 등 정부부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대부분이 ‘감사관실용’ 자료였다. 모든 부처 감사자료를 볼 수 있는 이 폴더는 시스템 관리자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심 의원실이 ‘우연히’ 접속했다는 관리자 화면에는 예산, 결산, 국유재산 등 모두 16개 항목의 폴더가 뜨는데, 특정 기관용 자료임이 명시된 것은 10번 항목 ‘재정집행실적(감사관실용)’과 11번 항목 ‘재정집행실적(통계청용)’ 폴더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감사관도 기재부 감사자료만 볼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라도 모든 부처 자료를 볼 권한은 없다”고 했다.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심 의원은 이 ‘감사관실용’이라는 문구를 두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김 부총리는 “분명히 감사관실용이라고 하는 경고가 같이 떠 있었는데 뚫고 들어갔다”며 심 의원실의 고의성을 주장했다. 반면 심 의원은 “봐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고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감사관실용’ 문패가 ‘경고 문구’인지를 두고 양쪽의 주장이 충돌한 것이다.
비인가 정보 유출 논란 쟁점 중 하나가 심 의원 쪽 고의성 여부이기 때문에 ‘감사관실용’이라는 문구를 심 의원과 보좌관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기재부 주장은 심 의원 쪽이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130차례 가까이 반복해 자료를 내려받는 과정에서 특정 기관만이 볼 수 있는 자료라는 ‘불법성’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브레인을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 관계자는 “심 의원 쪽 접근 방식은 누가 보더라도 일반적인 온라인 서비스 제공 방식이 아니었다. 접근 권한은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해당 등급의 아이디가 볼 수 있는 화면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감사관실용’이라는 문패가 폴더에 담긴 자료의 성격을 알리는 정도지 열람 권한을 제한하는 경고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 의원 쪽은 “국회도 정부에 대한 감사 역할을 한다. ‘감사관실용’이라는 표시는 충분한 경고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역시 비인가 자료라는 사실을 심 의원과 보좌진이 알 수 있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심 의원 쪽이 ‘감사관실용’ 폴더에 들어간 부분을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단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관실용’ 폴더와 관련한 대정부질문과 답변은 (수사와 관련한) 중요한 지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2012년부터 디브레인 아이디를 보유한 심 의원실 황아무개 비서관 외에 추가로 보좌진 두명이 아이디를 신청한 시점(8월27일, 9월3일) 역시 수사 대상이다. ‘최초 비정상 접속 시점’으로 알려진 9월3일 이전에 비인가 자료 접속 방법을 알았고, 그래서 역할을 나눠 방대한 자료를 내려받으려고 신규 아이디를 발급받았다면 고의성이 짙기 때문이다. 황 비서관의 디브레인 접속 횟수는 지난 5년간 20여차례에 그쳤지만 올해 7월31일부터 9월 초까지는 무려 140여차례에 이르렀다. 검찰은 최초 비정상 접속 시기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앞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심 의원실 로그기록 등 디브레인에 남은 흔적을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의원 쪽은 “황 비서관은 원래 국회 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었다가 두달 전부터 합류해 이전 접속 횟수가 적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양진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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