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에 보관돼 있던 유에스비(USB)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은 1일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서재에 보관 중이던 유에스비 2개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를 제외한 차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는데,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택 서재에 유에스비가 보관돼 있다는 진술을 확보해 압수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하여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기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직시 가지고 나온 유에스비”라고 진술했고, 이에 양 전 대법원장 동의와 변호인들의 동의서를 받아 압수에 나섰다고 한다.
해당 유에스비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보고받거나 지시한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22일 퇴임하며 법원행정처에 백업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행정처는 지난 10월말 양 전 대법원장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싱했다. 양 전 대법원장 컴퓨터가 복구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유에스비에 복사본이 존재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지시 및 승인 여부를 가늠할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바 없고, 상고법원 등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재판에서 특정 성향을 나타냈던 사에 대해 편향된 조치를 한 적 없다”는 진술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 외에도 차한성·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사무실, 고영한 전 처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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