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주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얼굴 탈을 쓰고 수의를 입은 채 두 사람의 구속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 105일 만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최고 윗선’을 압수수색했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 속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고법 부장판사급) 선에 머물던 법원의 영장 발부 기준이 처음으로 전직 최고위 법관까지 올라간 것이다. 다만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 영장은 기각하고 수사 가치가 떨어지는 승용차 압수수색영장만 내줬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이들을 조사할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30일 양 전 대법원장 소유 개인차량, 차 전 대법관이 퇴임 후 취업한 법무법인 사무실, 박 전 대법관이 석좌교수로 있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고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잇달아 맡았던 3명의 전직 대법관은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등 불법행위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재판을 늦추고 결론을 뒤집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외교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차 전 대법관에 이어 행정처장이 된 박 전 대법관 역시 2014년 10월 김기춘 비서실장과 같은 논의를 했으며,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밑에서 행정처 차장과 처장을 모두 맡았던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소송, 부산 법조비리 사건 무마 및 관련 재판 개입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재판거래와 사법행정권 남용의 ‘정점’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영장심사는 지난 8월 말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판사로 추가 임명된 검찰 출신 명재권 부장판사가 맡았다. 다만, 명 부장판사 역시 검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해당 장소에 (수사 대상)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무죄 예단’을 드러내 비판을 받았던 기존 영장전담판사들과 동일한 논리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생색내기 영장 발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명 부장판사를 임명한 지 한 달여만인 오는 4일 임민성 부장판사를 추가로 영장전담판사로 임명한다. 검찰 수사 대상자들과 근무 인연 등 개인적 친분이 없는 인사를 일부러 찾았다고 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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