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쌍둥이 아이와 6살 조카가 있는 윤아무개(34)씨는 이번 추석에 가족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 전담 ‘유튜브 불침번’ 서기로 했다. 지난 설 명절 때 조카들끼리 한방에 뒀다가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었던 탓이다. 지난 2월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 사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틀어줬는데 방 밖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방에 가보니 조카들이 성인 영화의 토막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황급히 해당 영상을 닫고 아이들에게서 휴대전화를 빼앗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윤씨가 더 민망한 기억이 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명절에 어른들이 명절 준비와 담소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끼리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7살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구아무개(35)씨도 명절에는 스마트폰에 기댈 수밖에 없다.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조카들이 아이를 맡아줘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갖고 놀게 뻔하기 때문이다. 구씨는 “성인물 노출이 거의 없다는 유튜브 키즈를 보여줄 작정이긴 한데, 아이가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다른 앱을 터치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10살 이상 국내 이용자 3712만명을 대상으로 많이 쓰는 대표적인 앱 4개의 이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이용자들이 한달 동안 앱을 이용한 시간은 유튜브가 257억분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카카오톡이 179억분, 네이버가 126억분, 페이스북이 42억분 순서였다. 2016년 3월 이용시간이 79억분이었던 유튜브는 2년 새 사용시간이 3배 이상 늘었다. ‘갓튜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녀 세대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늘어나는데, 최근엔 아이들이 주로 보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폭력·음란물까지 늘어 부모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엘사 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소아성애적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나온 것이다. 엘사 말고도 미키마우스, 스파이더맨, 헐크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가학적 영상물도 잇따라 등장했다.
사정이 이런 탓에 부모들은 저마다 방법을 찾고 있다. 유튜브 설정에서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제한 모드를 설정하거나 어른들이 옆에서 시청 지도를 하는 식이다. 윤씨는 “평소 유튜브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서 말로만 들었는데 자녀 키우는 사람들은 더 걱정이 많겠다”며 “아이들이 휴대전화 들여다 볼 시간을 없애기 위해 식사 뒤에 가족들이 다 같이 한강 산책을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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