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수석·선임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 변호사가 선임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가 다시 소부로 돌려 판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유 변호사 선임계 제출 17일 만에 유 변호사가 대리하는 쪽 손을 들어줬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ㄱ대학이 ㄴ공사를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5월 14일 대법관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ㄱ대학이 1·2심 모두 승소한 뒤 2014년 11월 상고돼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상태였다. 통상 대법관 4명에서 심리하는 소부에서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전합에 회부된다. ㄱ대학 승소 판결에 이의를 가진 대법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ㄱ대학이 유해용 변호사를 선임한 뒤 이 사건은 다시 소부로 돌아온다. 유 변호사는 지난 6월11일 선임계를 냈고, 17일 뒤인 그달 28일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ㄱ대학 승소로 판결했다. 4년간 잠들어있던 사건이 유 변호사 선임 이후 ‘속전속결’ ㄱ대학 승소로 처리된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전합에 회부됐다가 다시 소부로 복귀해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는 과정에서 ‘전관예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전합 회부 등 사건 진행상황이 대법원 누리집 ‘나의 사건검색’에 공지됐다가 최근 삭제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유 변호사의 선임계 제출 전(5월17일)에 소부 심리가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소부에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는 ‘통상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판례 변경이나 동종 사건이 많을 경우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공식 판단’을 받아볼 수 있고, ‘공식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날 경우 다시 소부로 돌려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쪽 설명이다. 이어 “소부 선고 결과 입력시 (‘사건검색’에 전합회부 내역을 삭제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사건은 유 변호사가 2014~16년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을 지내며 검토한 사건이다. 재판연구관실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연구관은 재판연구관들 자료를 검토하는 자리다. 검찰은 유 변호사에게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당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소은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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