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안좌면 박지도의 벽화 앞에 선 윤미숙 섬 전문위원. 목포항에서 남서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작은 섬으로, 이장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가꿔놓았다.
통영 동피랑의 ‘마술’이 다도해에서도 통했다. 전남도는 2015년 6개 섬에서 시작한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2024년까지 모두 24개 섬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섬 디자이너’ 윤미숙(56·사진)씨의 노력으로 3년 만에 ‘브랜드 시책’이 된 것이다.
경남 거제도 출신인 윤씨는 2015년 4월 공모를 통해 전남도 섬 전문위원으로 임용되면서 다도해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 전남지사인 이낙연 총리가 ‘가고 싶은 섬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그를 ‘스카웃’한 것이다. 달동네인 통영의 동피랑을 벽화마을로 변신시키고, 연대도를 ‘에코 아일랜드'로 탈바꿈시킨 그는 전국에서 탐내는 마을 재생 전문가다.
6개 섬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은 매년 2개 섬을 추가 선정해 현재 12개 섬에서 추진중이다. 윤씨는 대상지 선정·실행·사후 관리 등 사업 전 과정을 이끌고 있다. 날마다 섬과 섬을 넘나들며 주민들과 소통은 물론 풀 뽑고, 꽃 심는 일까지 솔선수범하고 있는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술’을 이어가고 있다.
“맨처음 (사업 대상지인) 신안 기점·소악도에 갔는데 갯벌뿐이어서 이런 섬을 어떻게 가꿀지 막막했어요.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기독교인이어서 순례길을 만들고 작은 예배당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지요.”
50가구 100여명이 사는 고흥 연홍도는 지금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젊은 미술인들이 폐교를 빌려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착안해 조각·미술품을 곳곳에 설치한 덕분이다. 이처럼 섬마다 간직한 고유의 생활 문화, 풍경, 전통이 그에게는 섬 디자인의 주제를 정하는 좋은 소재다. 개발은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기존 자원에 가치를 살리고 키우는 것이라는 그의 소신이 이곳에서도 먹힌 셈이다.
물론 그의 디자인이 완성되려면 마을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절대적이다. 섬 가꾸기 사업의 주요 목적도 주민 생활 개선이다. 그는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마을기업 운영 등을 교육하는 ‘주민 대학의 학장' 노릇도 기꺼이 맡고 있다.
“고립된 덕분에 남아 있는 섬의 문화·생태를 지켜가면서 주민의 삶도 행복해지게 하고 싶다”는 그는 이제 ‘가고 싶은 섬’을 넘어 ‘살고 싶은 섬’을 목표로 뛰고 있다.
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