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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형제복지원 농성 300일…‘비상상고’로 진상규명 길 열릴까

등록 2018-09-03 14:15수정 2018-09-03 14:18

피해생존자·문화예술인 국회 앞 기자회견
“국회, 진상규명·피해자 구제 특별법 제정 나서야” 촉구
검찰개혁위, 이르면 5일 비상상고 여부 결정
당시 검사 “전두환 정권 외압으로 무죄…전환점 될것”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생존자인 한종선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조각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생존자인 한종선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조각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1984년 10월16일, 저녁 8시에 멈춰진 시곗바늘을 중심으로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생존자인 한종선씨의 얼굴을 본뜬 자수가 동그랗게 놓였다. “저녁 8시에 형제복지원에 끌려갔으니까요. 그 이후로 복지원에서 학대당해서 생긴 상처도 표현했고, 사람답게 살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눈도 일부러 수놓지 않았어요.” 얼굴에서 사라진 두 눈은 2008년 촛불집회를 표현한 양초 자수 옆에 놓인 얼굴에서 다시 등장했다. “촛불집회때 국가폭력에 대항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깨달았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긴거죠.”

3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 담장에 형형색색의 조각보가 둘러졌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문화행동’(예술인 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신윤주 작가가 주도한 ‘하나의 마음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50m 길이의 대형 조각보는 형제복지원사건의 피해생존자들뿐만 아니라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군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등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과 시민 100여명이 마음을 모아 완성했다. 3일로 노숙농성 300일을 맞아 예술인 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한씨는 “2017년 11월7일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답이 없다”며 “국가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형제복지원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을 강제로 격리수용하고 폭행?노역시킨 사건이다. 복지원의 공식 집계를 보면 이 기간동안 513명이 숨졌고, 이들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도 불린다.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담장에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의 조각보 작품이 걸려있다.
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담장에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의 조각보 작품이 걸려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최근 비상상고 논의가 나오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이르면 오는 5일 결정할 예정이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절차다. 1986년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김용원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당시 전두환 정권의 외압으로 인해 대법원에서 특수감금이 무죄로 선고됐다”며 “비상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불법 감금이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발의된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은 3년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계류되어 있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여준민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에서는 최대 3천여명을 수용했지만, 지금까지 대책위와 연락을 하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은 250여명에 불과하다”며 “뒤늦게라도 국가가 조직적으로 자행한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노숙농성 300일을 맞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문화행동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노숙농성 300일을 맞아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예술인 문화행동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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