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사단법인 긴급조치 사람들이 3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조치 등 과거사 관련 헌재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며 사법부와 헌재에도 개혁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영표 사단법인 긴급조치사람들 이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헌재가 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가 30일 각하한 것에 따른 반응이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사단법인 긴급조치사람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긴급조치 변호인단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으로 보였다. 이들은 “일부 결정은 환영하지만,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정호 민변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대해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실상을 외면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이날 “과거 긴급조치에 따른 공권력 행사는 국가의 통치행위에 해당하므로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는 민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했다. 해당 사건 대법원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헌재는 피해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외면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긴급조치 피해자인 이대현 긴급조치사람들 위원장도 “헌재가 해당 조항의 판결을 뒤로 미루는 걸 보며 역사적인 결정이 나오려나 기대하며 지켜봤는데, 각하라고 하는 걸 보며 실망했다”며 “헌재가 헌법 수호기관으로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았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는 헌재의 판단과 관계없이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긴급조치에 대해선 이미 위헌이라고 결정이 나왔으므로 국가는 책임질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며 “헌재가 면죄부를 줬다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헌재가 뭐라 하든 국가는 특별법 제정 등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국회에서 특별법이 발의됐는데 특별법을 통한 해결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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