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청와대는 29일 유남석 헌법재판관을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며 그 이유로 “안정적 헌재 운영”을 가장 먼저 꼽았다. 오는 9월19일 헌법재판관 9명 중 위헌정족수(6명)에 육박하는 5명이 한꺼번에 퇴임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기능의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 몫으로 지명돼 임명장을 받은 유 재판관은 재판관 임명 순서로 따지면 9명의 재판관 가운데 가장 최근에 헌법재판관이 됐다. 다만 과거 평판사 시절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고법 부장판사 때는 헌재 수석부장연구관으로 4년간 파견 근무를 하는 등 법조계에서는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법원에 있을 때는 헌법연구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명 배경을 설명하며 “신임 헌법재판소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새로 시작하는 헌법재판관 다섯분과 함께 안정적으로 헌법재판소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헌재 파견 근무 경력과 실력, 인품에 비춰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력 때문으로 보인다.
유 재판관은 헌재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 6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이진성(소장)·김이수·이선애 재판관과 함께 병역법 처벌 조항까지 ‘위헌 의견’을 밝히는 등 자신의 시각을 명확히 드러낸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 전문가로 법리에 해박하고 예리하다. 주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공법, 행정법 관련 재판 경험과 헌법 관련 연구 경력, 법원행정처에서 쌓은 사법행정 능력에 비춰 봤을 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 재판관은 지난해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직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차기 헌재 소장을 염두에 두고 지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법조계에선 “개혁성 측면에선 김명수 대법원장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카드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청와대는 ‘안정’을 앞세웠지만, 야당은 유 후보자의 이런 성향과 이력을 들어 ‘코드 인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개혁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기 회원으로 잠시 활동했다. 지난해 재판관 임명 때도 자유한국당은 이를 문제 삼아 “사법부 이념화”라고 공격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어서, 야당은 최고법원 수장인 대법원장-헌재소장 모두 특정 법관 모임 출신이 임명된 배경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한 인사는 “유 후보자는 초기에 잠시 활동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등 공식모임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남일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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