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4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 기독교 장로회 앞에서 한신대 학생들이 학생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고소한 한신대 이사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한신 민주화를 위한 학생모임’ 소속 학생 100여명은 이사회의 독단적인 총장 선출에 반대해 이사회 회의실을 점거했고, 이사회는 학생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고소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귀하는 디엔에이(DNA) 시료 채취 대상자로, 14일 10시까지 검찰로 출석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신대학교 학생 김진모(31)씨는 지난 13일 수원지검에서 이런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담당 조사관에게 걸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조사관은 지난 23일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을 발부받았다. 시료 채취를 위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디엔에이 시료 채취 대상자가 된 이유는 학내 시위로 인해 ‘특수감금’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한신 민주화를 위한 학생모임’ 소속이었던 김씨는 지난 2016년 3월31일 1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한신대 이사회 회의실을 점거했다.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에 항의한 것이다. 한신학원 이극래 이사장 등은 학생들을 특수감금 혐의로 고소했고, 김씨는 지난달 2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학생 4명도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 쪽에서 유죄를 받은 학생 다섯 명의 디엔에이 시료를 채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행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디엔에이를 검·경이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감금’도 시료 채취 대상 범죄다. 하지만 한신대 학생들을 대리한 이명춘 변호사는 “흉악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제정된 법을 개별 사안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적용하고 있어 인권 침해 요소가 크다”고 지적했다.
디엔에이법의 과도한 적용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지난 2012년 12월 한진중공업에서 농성을 벌이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도 검찰로부터 디엔에이 채취 요구를 받았다. 용산 철거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도 디엔에이 채취를 당해야 했다. 이런 과도한 법 집행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명백한 강력범죄가 아닌 집회·시위 과정 중에 발생한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는 디엔에이 채취를 하지 않기로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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