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께 하얀 천을 몸에 두르고 하얀 가면을 쓴 시민 30여명이 하얀 천을 뒤집어 쓴 무대를 밀고 행진했다. 무대 위엔 하얀 옷을 입은 무용수가 하얀 천을 흔들며 망자의 넋을 위로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사망한 해고노동자와 가족 30명의 죽음과 멍에를 뜻했다. 그 뒤로 쌍용차 해고노동자 119명이 짙은 회색빛이 인형을 어깨에 짊어지고 뒤따랐다. 그림자 인형은 해고노동자자 119명에게 붙어 있는 죽음과 모욕이었다. 해고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30(쌍용차 희생자)2009(쌍용차 정리해고한 해)77(쌍용차 파업일수)9(쌍용차 정리해고 기간)숫자를 엮은 이미지가 새겨졌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18일 서울 도심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하는 동안 쌍용차 희생자들의 죽음과 멍에를 상징하는 이동식 무대가 앞장 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쌍용차 국가폭력 진상규명, 손배가압류 취소, 해고자 전원복직 쟁취 범국민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차 파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대위는 “최종식 쌍용차 사장에게 김주중 조합원 영정에 사과하고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라고 요구했으나 대한민국 정부도 쌍용차도 우리의 요구에 화답하지 않았다”며 “이명박 정부와 쌍용차가 벌인 헌법유린 노조와해 사건, 박근혜 정부와 대법원이 합작해 벌인 재판거래 사건으로 30명의 영혼이 무고한 죽임을 당했는데 아무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노동자들을 빨갱이로 몰고 폭도로 내몰았던 게 대한민국 정부”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차 분향소에서 국정조사와 문제해결을 약속했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된지 1년 3개월째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18일 서울 도심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범대위는 이어 “쌍용차 사태의 원죄는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김대중 정부에 있다”며 “쌍용차 살인진압과 노조와해 사건을 진실규명하고 대법원 재판거래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할 것”을 촉구했다
범대위는 청와대 앞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앞서 서울광장에서 광화문사거리,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행진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민주노총, 진보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쌍용차범대위 소속 노동자 2000여명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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