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공유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공청회가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건복지부는 1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8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해 구성된 재정추계위·제도발전위·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그동안 논의해 온 정책자문안을 발표하는 자리다. 올해 재정계산 결과,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엔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 등 정책자문안 내용을 문답으로 풀어보았다.
①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왜 5년 전보다 3년 앞당겨진 건가?
올해부터 2088년까지 향후 70년간 국민연금의 수입·지출 추이를 보는 재정계산은 인구변수(출산율·생산가능 인구 등), 경제변수(경제성장률·임금상승률 등), 제도변수(가입율 등)를 각각 설정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 5년 전, 3차 재정계산 때 예상보다 출산율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예측됐다. 저출산은 가입자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보험료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기대수명(0살 출생아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은 늘어나 지출할 연금액이 늘었다. 3차 때보다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상승률이 떨어져 단기적으로 보험료 수입이 줄고, 금리 역시 낮아 기금운용 수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②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은 받을 수 있나?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나중에 받을 연금액이 많은’ 구조라 미래 어느 시점에 기금이 소진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공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기금이 거의 없이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가 도입한 핵심 노후복지 제도이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연금은 지급될 수 밖에 없다. 다만, 기금 소진 시점이 빨라지면 특정 시기부터 보험료나 조세 부담이 급격히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③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자는 건 어찌 되었나?
우리 사회에선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책임을 국민연금법에 ‘구체적인 문구’로 명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다. 현행법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금 소진시 국가가 법적 책임과 부담을 진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좀 더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 조문에 지급 보장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논란이 많았고, 법을 바꾼다 하더라도 국가 책임구조가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건 아니므로 현행법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도발전위 결론이다. 다만, 앞으로 보험료율 인상 등 국민연금 제도개편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안이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법에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 이라도 도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④ 재정계산을 하는 이유는 뭔가?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10년만인 1998년부터 재정계산 제도가 도입돼 올해까지 네 차례 이루어졌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 주기로 국책 연구기관·전문가·가입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재정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재정 건전성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향후 70년간 ‘재정변화 추세’를 관찰해 재정 안정화를 위한 여러 조처들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⑤ 왜 70년이라는 긴 기간에 대한 재정계산을 하나?
가입자가 은퇴 이후에 연금을 받아가므로, 장기적 재정안정이 중요하다. 미래 평균 수명을 감안해 만 19살 이상인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가 숨질 때까지의 기간 70년을 내다보기로 한 것이다. 일본 100년, 영국 60년, 미국·캐나다 75년 등 우리처럼 적립금을 쌓아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국가들의 추계기간도 장기간으로 설정돼 있다. 향후 70년은 아주 먼 미래이므로, 재정계산 결과 신뢰성을 놓고 항상 논란이 있었다. 제도발전위에서 나온 방안 가운데 하나는, 70년 재정추계를 향후 추이를 살피는 참고 자료로만 보고 재정 안정화 조처에 필요한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⑥ 국민연금 재정목표를 ‘2088년 적립배율 1배’로 제시했다는데, 무슨 뜻인가?
지금까지 세 차례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이루어졌지만 기금을 어느 수준까지 유지해야겠다는 ‘재정목표’가 정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재정목표를 정해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보험료율 수준이나 기금운용 투자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데 ‘정치적 부담’ 탓에 그동안 재정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도발전위에서 제안한 국민연금 재정목표는 ‘2088년 적립배율 1배’인데, 2088년에 연금 1년치를 지급할 수 있을 만큼 기금을 확보하자는 의미이다. 현재로선 2057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보다 30여년 뒤로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자는 것이다.
⑦ 독일, 미국에선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운영한다는데, 우리와 뭐가 다른가? 왜 부과방식으로 안하나?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면 그 가운데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기금으로 쌓는 ‘부분적립 방식’으로 운영된다. 독일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은 기금이 소진된 이후 해마다 필요한 돈을 거둬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4차 재정계산 결과,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일정 시점 이후 보험률 부담이 급격히 높아졌다. 보험료 수입만으로 운영할 경우, 2020년엔 월 소득의 5.2%만 보험료로 내도 되지만 2040년 14.9% 2070년 29.7%, 2088년 28.8%로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⑧ 국민연금 보험료율 오르나?
제도발전위에서 설정한 재정목표에 따르면, 향후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1998년부터 2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율(월 소득 대비 9%)은 변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됐다.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기로 한 계획을 바꿔 올해 소득대체율인 45%를 계속 유지하되, 2019년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2%포인트 올려 11%로 하자는 것이다. 이후, 재정 안정을 위한 필요 보험료율이 18%를 넘어서게 될 경우, 정부 재원 투입이나 수급연령 조정 등을 고려해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또다른 방안에는 소득대체율 변경없이 재정 안정을 위한 2단계 조처가 담겨있다. 201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에 걸쳐 보험료율을 9%에서 13.5%까지 올리는 게 1단계이다. 이후, 2033년부터 4043년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만 65살에서 67살로 점진적으로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이러한 안이 실행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이 약화되므로, 기초연금·퇴직연금 등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강화 및 노인 경제활동 활성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⑨ 기금운용을 잘못해 돈이 부족하니 더 걷으려는 거 아닌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이 많으면, 재정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5.52%이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2017년말 누적 조성액 785조원 가운데 약 300조원이 기금운용을 통해 얻은 수익이다. 최근 올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기금 수익률 평가는 장기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⑩ 국민연금 가입 상한나이(60살 미만)와 수급개시 나이(2033년부터 65살)와 일치되나?
국민연금 가입상한 연령은 만 60살이지만, 연금 수급개시 시점은 출생연도에 따라 달라진다. 2018년 현재 만 62살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5년마다 1살씩 수급 연령이 높아져 2033년에는 65살이 돼야 받게 된다.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국민연금 가입상한 나이도 60살이 아닌 65살로 높이자는 제안이 있었다. 위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가입상한 연령과 수급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을 추진’하되, 가입자 부담·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므로 추후에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⑪ 국민연금 받는 나이를 만 65살에서 68살로 늦춘다고 해서 말이 많았는데, 어찌 되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래 재정안정을 위한 방안 중에는 수급연령이 만 65살이 되는 2033년부터 10년간 5년마다 한번씩 연금받는 나이를 1살씩 올리자는 제안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논의 내용이 와전돼 당장 연금받는 나이가 늦춰질 것처럼 알려진 측면이 있다. 1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5살에서 68살로 연장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그런 정책자문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⑫ 공청회 이후 일정은?
정부는정책자문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올해 9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하고, 10월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후 국회에서는 정부안 등을 놓고 다시 한번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입법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어떻게 ‘사회적 논의’를 할 지 그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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