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종료 시한(오는 25일)을 열흘 앞둔 15일 밤 김경수(51)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오는 18일 새벽으로 예상되는 김 지사의 영장 발부 여부가 이번 특검의 성패를 가르는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김 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법조계에선 특검팀이 수사 기간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시기에 김 지사의 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실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보강 수사 → 영장 재청구 → 영장심사’만으로도 남은 수사 기간이 빠듯하다. 고 노회찬 의원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 ‘별건 수사’에서 성과를 내려다 정작 핵심 수사의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16일 “드루킹 쪽 진술이 흔들리면서 특검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김 지사 관련 의혹 수사는 특검 출범 전부터 최대 쟁점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쫓긴 것만 봐도 영장을 청구하기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김 지사의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쪽 진술, 그간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김 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이 댓글 추천수 자동 조작 프로그램(킹크랩) ‘시연회’를 위해 작성했다는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 문건 내용 중 ‘킹크랩 설명’이 포함된 점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문건의 다른 내용에 대해선 “본 기억이 있다”면서도 ‘킹크랩’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쪽은 지난해 대선 이후 드루킹 쪽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팀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김씨는 김 지사와 대질조사에서 “‘킹크랩 시연회’ 당시 김 지사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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