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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년간 400만원씩 장학금 약정한 안욱씨 부자

등록 2005-12-07 21:58수정 2005-12-07 21:58

첫 장학금 전달식을 마친 뒤 수혜자인 노성준 학생(왼쪽부터), 아버지 안욱씨, 외대 이장희 교수, 형 안상현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첫 장학금 전달식을 마친 뒤 수혜자인 노성준 학생(왼쪽부터), 아버지 안욱씨, 외대 이장희 교수, 형 안상현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떠난 동생 대신 좋은 일 해주길”

꽃다운 스물 셋. 동생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군 복무 중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동생을 기리기 위해 형은 월급봉투를 털어 장학금을 만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안상현(36)씨는 아버지 안욱(63)씨와 함께 6일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방문했다. 총장을 만난 안씨는 “동생 혁이가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달라”며 해마다 400만원씩, 앞으로 20년 동안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한국외대는 가족들의 뜻대로 매년 사정이 어려운 경제학과 학생을 뽑아 안씨의 동생 이름을 딴 ‘안혁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안씨의 동생 안혁씨은 외대 경제학과 1학년을 마치고 지난 95년 12월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97년 5월 안혁씨는 뜻밖에도 간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병원으로 옮긴 지 20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얼마전 숨진 노충국씨처럼 군에서 제대로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한 탓이었다. 안혁씨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버지 안씨는 “아들이 죽은 뒤 아내마저 시름시름 속병을 앓다 2004년 아들을 따라 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아버지 안씨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넉넉치 못한 형편에도 아들을 잊을 수 없어 아들이 몸담았던 ‘국제관계연구회’ 동아리에 매년 100만원씩 9년 동안 학회비 등을 보태왔다. 그런 아버지에 이어 형 상현씨도 따라 나섰다. 자기 월급을 털어 매년 400만원씩 장학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첫 장학금은 안혁씨의 학과 6년 후배인 1학년 노성준씨에게 돌아갔다. 아버지 안씨는 “노군이 아들과 얼굴형이 비슷해 아들이 살아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열심히 공부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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