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징용 소송 ‘재판거래’ 의혹 관련해 조사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김 전 실장은 14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걸쳐 입은 김 전 실장은 “석방 뒤 검찰에 다시 출석하는 심경이 어떤가”, “징용 관련해 사법부와 교감이 있었나”, “징용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은 채 곧장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검찰청 건물 현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부의 한?일 외교 기조에 맞춰 징용 사건 재판 결론을 늦춰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 자리를 확보했다는 의혹 관련해 김 전 실장을 조사한다. 징용 재판은 2013년 8~9월 대법원에 재상고됐는데, 재판거래 의혹이 본격화된 시기가 김 전 실장 재임 시기(2013년 8월~2015년 2월)와 겹친다. 검찰은 2013년 10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징용 소송 경과 및 전망을 설명하고 법관 해외파견을 청탁한 정황도 확인한 상태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재판받다가 지난 5일 자정 구속 만기로 석방된 지 8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검찰은 지난 9일 김 전 실장에게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검찰 조사를 한차례 거부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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