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소환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9일 김경수(51) 경남도지사를 불러 두 번째 조사를 했다. 핵심 혐의인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둘러싸고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대질신문도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 지사는 조사에 앞서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하루속히 경남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검이 자신을 불필요하게 거듭 소환한 게 아니냐는 완곡한 항의 발언이다.
이번 2차 조사의 ‘하이라이트’는 드루킹과 김 지사의 대질신문이었다. 양쪽 공방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출판사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특검팀은 김 지사 발언의 ‘빈틈 찾기’에 총력을 쏟았다. 대질신문에서 드루킹 김씨는 “김 지사가 감탄을 표하거나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했지만, 김 지사는 “킹크랩은 본 적도 없다”며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이번 대질신문은 특검이 김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기에 앞서 최대한 진실에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지만,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움직일 수 없는’ 물증 확보에 실패해 드루킹 쪽 진술에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 1차 수사 기간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데다, 김씨가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을 청탁한 인물인 도아무개 변호사의 구속영장도 거듭 기각돼 수사 동력도 떨어진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 조사 내용을 분석해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오사카 총영사 청탁 문제로 도 변호사를 직접 만나 면담한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2016년 김 지사에게 드루킹 김씨를 소개한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 여부도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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