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6월 공군 ㄴ전투비행단에 전입한 ㄱ씨는 동기들에게 같은해 10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강제추행과 폭행을 당했다. 특히 가해자 ㄷ씨는 ㄱ씨의 성기를 움켜쥐거나 ㄱ씨의 입에 1.5ℓ 콜라를 강제로 들이부었다. ㄷ씨와 가해자들은 ㄱ씨에게 80여차례 “쓰레기” “식충” “XX새끼” 등의 폭언을 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ㄱ씨는 다음해 1월 주임원사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주임원사와 약 세차례 면담했으나 신고 이후에도 가해 병사들과 같은 생활관을 써야했다. 신고 뒤에도 가해병사들로부터 두 차례 추가 피해를 당한 ㄱ씨는 신고 닷새 뒤 생활관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 비행단 대장은 그제서야 가해 병사들과 ㄱ씨를 분리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ㄱ씨는 주임원사와 대장한테서 합의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도 들었다. 주임원사는 “가해자도 내 자식이니 빨간줄만 올라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고, 지휘관 또한 ㄱ씨에게 “선처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은 ㄱ씨는 정신과에 입원에 치료를 받았다.
지난 2015년 4월 ㄱ씨 아버지의 진정으로 조사를 시작한 인권위는 피해병사와 가해병사를 즉각 분리조치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책임을 간부에게 물어야한다고 ㄴ전투비행단 단장에게 7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먼저 “주임원사와 대장의 조치는 부적절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부대 내 피해자 신고 접수 후 분리조치가 늦어 추가 피해가 발생했고, 수사과정 중 상급자가 가해자를 감싸는 회유성 발언을 한 사실, 피해병사가 95회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가혹행위를 당한 사실, 동일 유형의 사고 반복 발생 시 지휘책임을 묻도록 한 규정 등을 고려해 지휘책임이 필요하다”며 “ㄴ전투비행단은 주임원사에 대한 보직해임 이외에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이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해당 부대가 ㄱ씨의 피해사실을 ㄱ씨의 가족에게 즉시 통보하지 않고 증거기록 복사 요청을 막았던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는 강제적으로 가족과 떨어져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적절한 법률적 조력을 받기 어려우므로 수사가 개시되면 피해사실 소명 등 정당한 권리행사가 가능하도록 보호자 통지 기준 및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며 “부대 내 수사가 개시될 경우 피해병사의 보호자 등에게 신속히 통지할 뿐 아니라 소송기록 열람·복사 신청도 적극 허용”하도록 국방부 장관 등에게 권고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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