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기무사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가 지난 2일 마련한 기무사 개혁안에 대해 시민사회종교계가 “기무사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무사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종교계 26개 단체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할과 기능을 유지한 채 간판만 바꿔 달고 ‘해체 수준’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며 “철저하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개혁위의 개혁안은 기무사의 조직을 축소하고 권한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조직 축소로는 △기무사 요원 30% 감축 △전국 시도에 설치한 ‘60단위 부대’ 전면폐지하도록 했고, 조직개편 방안으로 △현재의 사령부 체제 유지 △국방부 본부 체제로 변경 △독립적인 외청으로 창설 등 3가지 방안을 권고했다. 기무사 권한 축소와 관련해선 △군지휘관 동향관찰(감시) 폐지 △대통령 독대 보고 원칙적으로 금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개혁위 장영달 위원장은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런 개혁안에 대해 “기무사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박석운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는 “촛불이 만든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이 촛불 국민을 우롱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박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만든 정부인데, 촛불을 전복하려 한 기무사에 대한 개혁방안이 사실상 촛불 국민을 우롱하는 내용”이라며 “개혁의 핵심은 괴물 기무사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는 것이다. 기무사 역할을 그대로 놓고 이름을 바꾼다든지, 인원을 축소한다든지 정도의 내용으로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문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로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개혁위의 개혁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헌법 전공자로서 기무사 계엄령 발령 문건을 봤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반세기에 걸친 권위주의 정권을 겪은 뒤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는 명문조항을 헌법에 못 박았지만, 계엄령 문건은 군이 정치권력이 되어서 헌정체제를 뒤흔든다는 음모가 담겨 있었다”며 “계엄령과 관련된 것들은 적어도 87년 헌법체제 아래의 국군이라면 자다가 잠꼬대로도 해선 안 되는 말인데 그것을 기무사가 버젓이 해왔다. 기무사가 더 큰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개혁안인 만큼 환골탈태 수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상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도 “기무사가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철저한 처벌과 재발방지가 이뤄져야 하는데, 개혁안은 물타기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예견된 ‘눈 가리고 아웅’식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논의 기간도 짧았고, 개혁위에 개혁의 대상인 기무관도 2명 있었다. 수술대에 누워야 할 환자가 본인을 집도하겠다고 나서는 우스꽝스러운 꼴”이라며 “기무사는 전국에 60단위 부대가 없어도 언제라도 민간을 사찰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인력 감축도 잉여인력을 내보내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안에 점수를 매기자면 에프(F)학점으로 재수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혁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도 “1990년 보안사를 개혁해 기무사로 바꿨음에도 기능의 변화만 약간 줘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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